재정 위기로 유럽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의 부도 위험이 회사채보다 더 높아졌다.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125개 투자등급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지수(Itraxx EUR)는 지난 8일 4bp 오른 101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유럽 주요 15개국의 CDS 프리미엄을 대표하는 지수(SovX)는 7bp 뛴 120bp로 기업 CDS 프리미엄지수보다 훨씬 높았다.

CDS 프리미엄은 기초자산의 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상승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이 유럽 기업보다 국가의 부도 위험이 더 높다고 본 것이다.

통상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기업이 발행한 채권보다 훨씬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유럽 국가들의 CDS 프리미엄지수는 그동안 줄곧 기업의 CDS 프리미엄지수보다 낮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민간 부문의 부실 위험이 문제가 됐던 2008년 말에는 유럽 국가들의 CDS프리미엄지수가 기업보다 100bp 이상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기도 했으나 그리스 등의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작년 12월21일부터 역전되기 시작해 최근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간 부문의 리스크가 상당 부분 공공 부문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유럽 국채의 위험이 증가하면서 이머징마켓 국가와의 CDS 프리미엄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영국의 CDS 프리미엄은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한국의 CDS 프리미엄보다 30~40bp가량 낮았으나 지난달 초에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웃돌기도 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