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 어답터'인 대학생 김현철씨(23)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능해야 직성이 풀린다. 보유한 디지털 기기만 애플 아이폰을 비롯해 넷북,아이팟 터치,PMP,닌텐도DS 등 5개나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무선랜(와이파이)을 지원한다는 것.학교나 자주 가는 커피숍에는 무선랜(와이파이)이 깔려 있어 인터넷에 접속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문제는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할 때다. 아이폰으로 웬만한 일은 해결하지만 요금이 부담스럽다.

김씨처럼 무선데이터를 많이 쓰는 파워유저를 위해 통신회사들이 휴대용 무선공유기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KT '에그(Egg)'와 SK텔레콤의 '브릿지(Bridge)'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나 3세대 이동통신(3G) 신호를 와이파이로 바꿔 준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만 설치된 와이파이존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이동 중에도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을 쓸 수 있다. 기존 USB 모뎀의 경우 노트북에 꽂아 쓰는 반면 휴대형 무선공유기는 게임기,MP3 등 모든 와이파이 기기와 연결된다는 게 장점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디지털 기기가 확산되고 있어 휴대용 무선공유기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와이브로 무선공유기의 원조'에그'

에그는 KT가 IT기기 업체인 인터브로와 함께 선보인 와이브로 기반의 휴대용 무선공유기다.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에 4시간까지 이용 가능한 배터리를 내장했다. 기존 USB형 모뎀처럼 전용 프로그램을 깔거나 넷북 등 디지털 기기에 직접 꽂을 필요가 없다. 에그 단말기를 가방 안에 넣어 두면 와이파이를 이용해 넷북이나 아이팟터치 등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움직이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에그 하나에 모바일 기기 3대를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USB 모뎀을 꽂아쓰는 노트북 말고도 스마트폰이나 아이팟 터치,PMP,닌텐도DS 등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기기로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다만 와이브로 서비스 지역이 서울과 수도권 19개시로 제한된다는 게 약점이다. 발열과 배터리 문제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에그 단말기 가격은 22만원(부가세 포함)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KT는 월 2만7000원에 50기가바이트(GB)를 이용하는 와이브로 '무제한50'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단말기를 무료로 준다. 또 월 1만9800원에 30GB를 제공하는 '무제한30'요금제를 선택하면 10만원을 할인해준다. KT 에그는 1월 말 현재 약 1만4600대가 팔렸다. 특히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바람이 불면서 에그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아이폰 출시 전에는 한달에 500~600대 팔렸으나 아이폰 출시 이후에는 월 판매량이 800대로 늘어났다.

◆3G망도 이용하는 '브릿지'

SK텔레콤은 통신장비 업체인 씨모텍과 함께 '브릿지(CMR-100S)'를 최근 선보였다. 브릿지는 SK텔레콤의 3세대(3G) 이동통신과 와이브로를 무선랜으로 변환시켜주는 제품이다. 원리는 KT의 에그와 같지만 와이브로 외에 3G까지 지원한다는 게 특징이다. 브릿지는 분리형으로 3G 및 와이브로 USB 모뎀인 'T로그인'을 꽂아 사용한다. 네트워크에 관계없이 기존에 사용하던 USB모뎀을 연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개인 성향에 맞는 네트워크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브릿지의 장점은 동시접속 회선 수가 많다는 것이다. 에그가 동시에 3개 단말의 접속이 가능한 데 반해 브릿지는 사실상 무제한 접속을 허용한다. 넷북만 이용할 경우 USB모뎀을 꽂아 쓰고,여러 제품을 동시에 쓸 경우엔 브릿지 단말에 연결해 쓰면 된다. 다만 접속하는 단말이 많을수록 속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씨모텍 관계자는 "기존 무선 공유기는 와이브로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브릿지는 3G망을 지원하기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파이 기기 활용도 높인다

휴대용 무선공유기는 아직까지 틈새시장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무선인터넷 이용이 확대되고 있어 시장 전망은 밝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망으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경우 요금이 비싸고,와이파이망은 가격은 싸지만 이동 중 사용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며 "휴대용 무선공유기는 두 서비스의 장점을 갖고 있어 무선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 유용하다"고 말했다. 휴대용 무선공유기는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디지털기기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일부 이용자는 에그 단말기와 아이팟터치를 이용해 가입자 간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스카이프 인터넷전화를 이용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와이파이 기반의 인터넷전화기를 밖에서 쓰는 경우도 있다.

KT는 시장 확대를 위해 오는 4,5월께 에그 후속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보다 작은 크기에 착탈식 배터리를 적용하고,기기 발열을 크게 낮추는 등 기능을 개선해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