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디를 가나 오가닉 식품(organic · 유기농) 예찬론자를 많이 만난다. 예전에는 미국 중상류층만 그러려니 했는데,요즘은 한국이나 일본의 서민들도 많이 찾는다.

최근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 부부를 만났는데 하다못해 차 한 잔을 마시거나 간식 거리를 찾을 때도 오가닉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아서 내심 놀랐다. 그들은 내가 지금도 가끔 맥도날드에서 피시버거와 딸기셰이크를 먹는다고 하자 교육자요 심신수련 전문가인 사람이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대화가 무르익어 지인들의 소식,내가 최근에 출간한 책,해외여행담,영화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기심이 많은 이들 부부는 나와 잘 통하는 구석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그들의 지적 호기심이 때로는 도움이 안 되는 정보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들이 너무나 많은 '불량' 정보를 취한 탓에 그 정보를 소화하느라 불필요한 걱정과 근심에 싸여있는 것 같았다. 그들이 음식을 가리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정보를 가려 취하면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정보처리다. 매순간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이를 해석해 다양한 선택과 결정을 내린다. 우리 뇌는 세상에서 가장 고감도의 센서를 가졌다. 뇌가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한지를 알면 아무 정보나 취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우리에게 힘을 주는 정보도 있지만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해를 끼치는 정보도 많다. 많은 사람이 지식이나 정보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늘 그렇지만은 않다. 정보란 이중성을 갖기 때문에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보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정보에 대한 갈증과 불안감 속에서 쉼 없이 정보를 모으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단순히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정보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정보 자체가 더 나은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무엇이 내게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인지를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혜와 직관,유연하고 통합적인 사고력,창의력과 결단력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뇌가 정보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고,자기 뇌에 불량 정보가 아니라 건강한 가치를 지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컨설팅할 때 개인의 문화적 감성과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책이나 영화,음악 등을 가려서 즐기라고 강조하곤 한다.

정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정보를 움직이는 주체가 나라는 것이다. 그 정보 뒤에는 숨을 쉬며 뇌파가 뛰는 나라는 생명이 있다. 이 생명을 이롭게 하는 정보가 뇌에 좋은 정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 총장 ilchi@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