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해 열린 남북간 회담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못해 유감스럽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후 1년7개월 만의 관광재개 접촉이었으나 최소한의 전제조건인 관광객 안전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나 합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금강산 · 개성관광 재개를 위해 세 가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왔었다. 박왕자씨 피격사건의 진상 규명(糾明),재발방지책 마련,관광객 신변안전보장 완비가 그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요구이고,지금 상황에서 꼭 필요한 조치다. 말이 세 가지 조건이지,내용으로는 한 가지나 마찬가지다. 돌발안전사고를 미리 막자는 것이고 어떤 경우든 관광객의 안전만큼은 확실하도록 서로 노력하자는 것에 다름아니다.

북은 이런 기본적인 선결요건도 선뜻 받아들이지 않은 채 관광객부터 받고 싶어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당국자간 합의가 문제가 아니라,불안요소가 다분한 곳으로 향할 관광객이 과연 얼마나 나오겠는가. 북은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 회장과 면담 때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며 더 이상 신변안전 보장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지지만 이는 책임있는 형식이 못된다. 앞서 재발방지 약속에 진정성이 담겼다면 당국간 공식회담에서 그런 입장을 한번 더 분명히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더구나 관광회담을 제안했던 것도 북측이다. 그간 관광사업 대가로 북이 챙긴 현금만 수억달러인데,안전조치를 뒤로 미룬다면 현금수입은 물론이고 신뢰라는 더 큰 것을 잃게 된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북의 입장에서 관광객의 신변안전은 핵문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넘어갈 수도 있는 작은 사안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경제난에 서 당장 적지않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손쉬운 출발점이다. 이런 데서 신뢰를 다져간다면 고위급 회담과 정상회담으로도 진전시켜 북이 원하는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렇지 못한다면 의미있는 정상회담은 요원해진다. 마침 북은 어제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 연합성명이란 것을 통해 체제안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남북간 신뢰를 구축하고 비핵평화의 길을 분명히 택한다면 이 문제 역시 유별난 각오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풀려나갈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