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정책을 펴는 데 있어 자본자유화,적정환율 유지,독립적 통화정책이란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불가능한 삼위일체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9~10일 열리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앞서 8일 공개한 '자본이동의 반전과 외환정책의 한계'라는 논문에서 이처럼 분석했다. 김 교수는 1997년 1차 외환위기,2008년 2차 외환위기 모두 외국 자본이 갑작스럽게 유출되는 '자본이동의 반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1차 외환위기 이후 대비책을 강구했는데도 2차 외환위기를 면치 못한 것은 한국의 외환문제가 구조적이며 자본이동의 반전에 대비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1992년부터 자본자유화를 진행시켜 왔는데 이 때문에 과도한 외국자본이 유입되게 됐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외환 공급 증가로 환율이 하락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된다.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자본이동의 반전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환위기가 터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면 적정환율은 유지할 수 있지만 경기가 과열될 수 있고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 자산가격 버블과 물가상승이 초래한다.

또 이런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 중화개입(통안채 발행 등)을 하게 되면 금리가 높아져 경기가 위축되게 된다. 한국이 △자본자유화 △적정 환율 유지 △독립적 통화정책 유지라는 세 가지 경제정책을 한꺼번에 쓸 수 없는 구조적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3차 위기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선 금융회사의 단기차입을 규제해야 하며 양자간 스와프 및 다자간 지역협력통화 등을 통해 위기 때 외화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연구원의 김태준 원장과 구본성 선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금융정책의 향후 방향과 과제'라는 논문을 통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각종 위험요인 해소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국내 은행의 글로벌화는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실물부문과의 연계성 제고,신흥시장에 대한 점진적 진출 확대,현지화를 통한 실질적 진출 촉진 등의 단계별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FTA(자유무역협정) 정책'이란 논문에서 "FTA 정책은 추가 타결보다는 이미 체결된 협정의 조기이행과 기업의 FTA 활용도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