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 잃은 투자자…가파른 하락에 손절매 놓쳐 '발동동'
그리스 등 남유럽 4개 국가의 재정 부실에 대한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가까운 급락세를 보인 5일 증권사 객장에 나온 개인들은 떨어지는 주가에 속수무책인 채로 하락 종목으로 가득 찬 전광판을 바라보며 허탈한 모습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개장 때부터 전날 저점에서 한참 밀린 수준으로 추락하는 바람에 손절매 타이밍마저 놓쳐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증권사 지점 창구 직원들은 오전부터 "주식을 빨리 처분해서 현금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 "앞으로 주가가 얼마나 더 떨어질 것 같으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단기 지지선으로 꼽히는 1550선 근처까지 밀리자 오후 들어 저가 매수에 나서기도 했으나 시장 추이를 당분간 지켜보자는 신중한 분위기가 우세했다.

◆코스피 하락폭 두 달여 만의 최대

이날 코스피지수는 49.30포인트(3.05%) 내린 1567.12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30일(1555.60) 이후 두 달여 만의 최저치로,하락폭은 작년 11월27일(4.69% 하락) 이후 최대다.

외국인이 2996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함에 따라 대다수 종목의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수직 하락했다. 신한지주 KB금융 등 은행주들은 5~6%대의 급락세를 보였고 삼성전자포스코도 각각 3.35%,4.02% 빠졌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등 최근 반등 기대감이 살아나던 업종 대표 블루칩들도 힘없이 무너지자 개인투자자들은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인천 주안동의 대우증권 객장을 찾은 한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지수 1600선 정도면 거의 바닥이라는 생각에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고 주식을 샀는데 유럽 국가들 때문에 주가가 이렇게 맥 없이 무너질지는 생각도 못했다"며 황당해했다.

최영남 우리투자증권 GS타워WMC센터장은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오전부터 전화를 걸어와 오늘 지수 급락이 단기 하락인지,아니면 여기서 빨리 팔고 현금화해야 하는지를 다급하게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주가가 폭락 후 급반등했던 지난해 11월 두바이 사태와의 차이점을 묻는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서둘러 주식을 처분해 개장 직후 1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개인의 순매도 규모는 1000억원가량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주가가 워낙 가파르게 떨어지는 바람에 손절매도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창익 IBK투자증권 영등포타임스퀘어점 부장은 "주가가 급락세로 출발한 데다 손실폭이 워낙 커서 미처 손절매도 못한 고객이 많다"며 "객장에 나온 고객들은 딱히 대응책 없이 전광판만 물끄러미 보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인터넷 카페에선 매수 자제 의견 많아

코스피지수가 오후 들어 1560선까지 밀리자 일부 개인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우선진 동양종금증권 강남대로지점장은 "악재가 확연한 상태에서 하루에 50포인트 가까이 확 빠져버리자 오히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도 일부 있다"며 "1600대 중반에서 조금씩 팔아온 개인들은 단기 반등을 기대하며 오히려 분할 매수에 관해 문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지수 저점이 확실하게 확인될 때까지 당분간 지켜보자는 자세라는 게 지점장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서울지역 한 증권사 지점장은 "보통 오전에 주가가 이 정도 하락하면 저가 매수할 만한 종목이나 타이밍을 물어보는 전화가 꽤 걸려왔는데 오늘은 그런 문의가 뜸하다"며 "많은 대외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자 섣불리 주식을 살 엄두를 못 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명노욱 현대증권 압구정동지점장도 "우리 지점 고객들은 블루칩 위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 한 모습이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현금을 보유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무엇보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살아나는 것을 확인하고 사려는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주식투자 동호회 및 인터넷 카페 토론방에서도 당분간 매수를 자제하자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공포를 사다 쓰러진 개미들 많이 봤다""당분간 주식시장을 잊자,추세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소폭 반등을 기대하며 지금 주식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 등 비관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글이 주를 이뤘다.

김동윤/문혜정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