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도요타자동차 이사회는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한다'는 내용의 글로벌 마스터 플랜을 놓고 심의에 들어갔다.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이사회 멤버들에게 "신중하고 용의주도하게 결정하라"는 특별 메시지를 보냈다. 지나친 외형 확대를 경계하라는 당부였다.

도요다 명예회장이 특별당부를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불과 몇 개월 전,도요타 차량에서 제동 접점 불량,기어박스 고정 불량 등의 결함이 발견되면서 한 해 판매량을 웃도는 238만대(일본 · 해외 포함)를 리콜해야 했던 것.

약 4년이 흐른 2010년,도요타는 또다시 '리콜의 저주'에 휩싸였다. 북미 시장에서 760만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세계 판매대수인 698만대보다 많은 양이다. 도요타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2006~2008년 글로벌 호황이란 달콤한 떡 앞에 신중론은 뒤로 밀렸다고 지적한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경영진의 경고가 말단에까지 전달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불행의 징후는 2000년 들어 꾸준히 되풀이됐다. 일본 시장에서 발생한 전체 리콜 건수 중 도요타 차량이 차지한 비중이 2001년엔 1.4%에 불과했지만 2005년엔 34%로 높아졌다. 품질 결함으로 인명 사고를 내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2003년 20만대였던 미국 내 리콜 대수가 이듬해 120만대,2005년엔 220만대로 껑충 뛰었다.

'도요타에는 리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품질 신화는 이때부터 붕괴되고 있었다. 2006년 6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 가운데 하나인 J.D.파워가 발표한 품질 지수(IQS)에서 도요타는 현대자동차보다 한 단계 아래인 4위로 밀려났다. 도요타 안팎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2006년 6월28일,전폭적인 경영 쇄신이 이뤄진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오쿠다 히로시 회장이 물러나고 새롭게 등장한 조 후지오 회장 ·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 체제는 급증하는 리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내놨다. 부품업체에 대한 품질 관리와 국내 생산 체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불과 4년도 안 돼 도요타는 다시 '리콜의 저주'에 걸려들고 말았다. 도요타 전문가인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취임 전후 "도요타는 심각한 대기업병(病)에 걸려 있다"고 반복해 말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도요타가 엔고(高) 극복을 겨냥,본국에서와 같은 품질관리가 쉽지 않은 해외생산체제를 지나치게 강화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1990년 이후 세계 31곳에 생산 기지를 세우는 등 해외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