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신중론자들이 약세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유럽발(發) 악재로 코스피지수가 1560선까지 되밀리자 올해 '상고하저'(上高下低) 증시를 주장해온 낙관론자들은 머쓱해진 반면 신중론을 펼쳐온 증시 전문가들에게는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신중론자들은 장밋빛 낙관론의 맹점으로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을 찍었는데도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 점을 지목하고 1분기 중에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과 대신증권 등은 지수가 올 상반기에 고점을 찍고 하반기에 하락하는 '상고하저'의 형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해 왔다.

대우증권은 상반기에는 글로벌 경기회복과 저금리 지속 및 달러 약세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겠지만,하반기 들어 경기회복 강도가 약화되고 원자재가격과 금리 등 가격변수들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대신증권은 2분기 쯤 중국 정부에서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 충격으로 글로벌 증시가 하반기에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외에도 IBK투자증권과 SK증권, 키움증권 등이 올 상반기 고점을 예상했다.

지난해말 수급으로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하자 그나마 신중론을 펼치던 몇 안되는 전문가들 마저 낙관론으로 전향했고, 지난달 전고점을 돌파할 당시에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추가 상승 의견쪽에 몸을 실었다.

대표적 신중론자 중 한 명인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에서 꺾이는 시기에 주가가 올라간다고 했던 것이 낙관론자들의 허점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경기선행지수의 고점에 매달려 물가나 통화정책 등 여타 핵심적인 증시 하락 요인을 등한시 한 것도 낙관론자들의 패착으로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경기선행지수의 고점이 언제일지에 목을 매고 한 분기 더 연장될 것이란 기대에만 관심을 둔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설령 지표가 좋게 나오더라도 경기의 정점 뒤에는 반드시 출구전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유럽발 쇼크는 'V자' 반등을 보였던 두바이 쇼크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당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상승 중이었고 중국의 출구전략도 시작되기 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1분기 중에는 국내 증시의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다만 미국의 가계신용 위험이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2분기부터는 강세장을 펼치며 3분기까지 코스피지수 1900선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약세장을 주장해온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전고점을 찍었지만 오를만한 뚜렷한 이유 없이 유동성이 밀어올린 측면이 강했다"면서 "수급이 취약해진 상태고 대외 악재 개선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약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