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부담이나 적정한 노조원 수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노조 전임자 지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노동부가 사업장별 전임자 규모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1부는 4일 단체협약 사항인 노조 전임자 인정을 거부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기소된 A협동조합 조합장 임모씨(64)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조 전임자 운용권이 노조에 있어도 법규나 단체협약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면 무효로 봐야 한다"며 "권리남용 여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 경위, 노조원 수와 노조 업무량, 사용자가 지게 될 경제적 부담, 다른 노조의 운용 실태 등 제반사정을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노조원 수가 60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 점과 노조 업무량, 협동조합이 안게 될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하면 노조원의 절반인 2명을 상시전임으로 임명한 것은 정상적인 노조 전임 운용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경기 김포시 A협동조합 조합장인 임씨는 상급노조와'지부장과 지부장 추천인 등 2명을 노조 전임자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고도 상급노조가 지정한 노조 전임자를 인정하지 않아 협약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 · 2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원심에서는 단체협약상 노조 전임자 운용권을 노조가 갖기로 사측이 합의한 만큼 노조원 수 감소 등 상황 변화가 발생했더라도 전임자 수를 사측 재량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