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로 촉발된 미국과 일본 간 보이지 않는 감정대립이 두 나라 간 통상 마찰로 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의회와 자동차 노조를 중심으로 '도요타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일본 자동차 시장의 개방 확대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자칫 미 · 일 자동차 통상전쟁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론 커크 USTR 대표는 3일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가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부당한 차별을 하는 것에 실망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USTR의 드미트리어스 마란티스 부대표는 지난 1일 도쿄에서 열린 미 · 일 통상실무협의에서 친환경차 보조금 문제와 관련,연비측정 방식의 변경 등을 통해 미국 차에 보조금을 확대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가 거부한 데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4일 친환경차 보조금 혜택 적용을 받는 수입차 43개 차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미국산은 GM의 '캐딜락'과 '허머' 등 8개에 그쳤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산은 총 35개에 달했다.

마란티스 부대표는 (미국 친환경차 보조금 확대에 대한) 미 의회의 강력한 의향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가 정치적 문제"라며 일본 측에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 샌더 레빈 미 하원 무역소위원장(민주당)은 "미국 자동차업계에 근본적으로 닫혀 있던 시장을 열고자 정부와 협조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도요타의 리콜 사태에 대한 미국의 일본 때리기는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레이 러후드 미 교통장관은 2일 하원 청문회에 나와 "리콜 대상인 도요타 차량을 보유한 사람은 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자 "서둘러 수리를 받으라는 취지였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도요타 리콜 대상 차량 소유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도 도요타 리콜 청문회를 앞두고 하원 통상위원회 감독 · 조사위원회의 친 노동계 의원들에게 압력을 넣으면서 무역장벽을 통해 미국 자동차업체에 불이익을 주고 있는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4일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의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다는 잇따른 제보와 관련해 조사를 시작했으며 리콜 검토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도요타 리콜 사태가 미국의 통상 압력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도요타 리콜 사태와 친환경차 보조금 제도 변경 문제는 완전히 별개"라고 강조, 극도의 경계감을 표시했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