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본인들은 대동단결했다. 야쿠자 조직은 올림픽 기간에 도쿄에서 자발적으로 자취를 감추기로 했다. 자위대는 청소부대를 자처했다. 소매치기마저 국가의 수치가 되지 않으려고 외국인들의 호주머니는 노리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평범한 주민들은 미관상 이유를 들며 빨래를 처마 밑에 널지 않기로 했다. 세상일에 무심한 젊은이도 나라가 자랑스럽고 가슴이 뛰는 것을 억누를 수 없다. 그런데 이 전국적 흥분 상태가 영 달갑지 않은 '불평분자'가 있었다. 그 불평분자는 올림픽 경비 최고 책임을 맡은 경찰 간부 자택 등 온갖 곳에 테러를 저지르기 시작한다.

《공중그네》 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올림픽의 몸값》(양윤옥 옮김,은행나무 펴냄)은 일본의 국가적 경사,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의 정체를 밝혀나간다.

열악한 가정환경에도 도쿄대 경제학부 대학원에 진학한 엘리트지만 테러 용의자로 지목받게 된 시마자키 구니오,테러당한 경찰 간부의 아들이자 시마자키와 안면이 있는 방송국 PD 스가 다다시,테러 사건을 수사하는 경시청 형사 오치아이 마사오 등 주인공 세 명의 시점으로 상황의 실체를 보여준다. 구성도 정교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