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부터 편의점까지 다양한 유통업체에서 아르바이트 경력을 쌓은 A씨는 '야~'라고 막말하는 손님부터 증정품만 얌체처럼 떼어가는 손님 등 별별 손님을 수없이 만나 왔다. 그는 이런 손님들을 '최악의 손님'이라고 했다.

#. 식당에서 일하는 B씨는 반찬으로 허기를 채우려는 일부 손님들 때문에 속상하다. 반찬을 좀 더 달라고 하면 '우리 집 반찬이 맛있구나'라는 생각에 기분 좋게 상을 차린다. 하지만 반찬통을 통째로 들고 가 다 먹지도 않고 남기면 다른 손님상에 내놓지도 못하고 애꿎은 새 반찬만 버린다.

유통업체, 음식점, 호텔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머릿 속에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인식이 뚜렷하게 자리잡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서비스 업체로부터 '왕' 대접을 받는 손님들은 과연 왕다운 예절을 지킬까?

3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애환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꼭 왕에게 자신들의 고충을 하소연하는 것처럼. 이유는 고마운(?) 손님들에게 왕다운 예절의식이 없어서다.

A씨의 이야기는 지난달 15일 아고라에 올라오고나서 3일 현재 56844건의 조회 수와 235건의 댓글이 달렸다. B씨의 경험담은 이달 1일 게재된 지 이틀 만에 벌써 46261건의 조회 수를 올릴 정도로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많은 댓글 중에는 A씨와 B씨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 당연히 상품에 문제가 있으면 환급할 수 있고, 의견을 주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서비스업 종사자가 그런 마인드를 가져서야 장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나라 소비자의 예절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돈을 낸 만큼 무조건 다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부 한국인의 생각이 잘못 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꼴불견 손님들을 두고 서비스업을 경험한 대다수 누리꾼은 '진상'이라는 말에 공감할 정도니 말이다.

아고라에 올라온 댓글 중에 한 누리꾼의 경험담이 인상깊다. H 대형마트에서 영업담당 직원으로 근무했던 이 누리꾼은 직원끼리 꼴불견 손님을 빗대 '진상'이라고 부르곤 했다. '진상손님'을 1호부터 9호까지 분류했는데, 진상의 정도는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은 다시는 이 손님들을 안 봤으면 하는 것이다.

다른 누리꾼은 "수박사서 꼭지와 밑동을 자른 다음 제사 지내고 수박이 상했다며 반품하는 손님, 명절 전에 한복이나 아이들 옷 구매한 뒤 명절 지나고 나서 반품하는 손님도 꼭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부 소비자들의 모습에 한 누리꾼은 "이런 고객의 모습이 현재 한국인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예의도 없고 양심도 없는 부끄러운 모습이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누리꾼 몇몇은 이런 진상손님을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식당의 경우 첫 반찬만 무료로 제공하고 다음부터는 추가 비용을 청구해 음식 쓰레기도 줄이고 B씨와 같은 일도 예방하자는 내용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또 다른 누리꾼은 진상손님에게 더 잘해주면 더 많은 손님을 끌어오니, 속이 타더라도 조금만 더 참고 고개 숙이면 좋은 일도 생긴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B씨는 "손님은 왕이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손님이 낸 비용으로 최고의 만족과 질 좋은 서비스를 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식당은 손님의 가정이 아니니, 최소한의 (왕으로서의)예의는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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