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버팀목 못되는 퇴직연금] 호주 퇴직연금 적립액 한국의 100배…금융안정 비밀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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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30%가 관련 자산…소득세 깎아주고 보조금 지급
호주 시드니에 사는 커티스씨(44)는 매달 소득의 20%를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계좌에 붓는다. 퇴직연금법에 따라 매달 소득의 9%는 의무적으로 납입해야 하지만 여기에다 추가로 11%를 더 내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 넣는 돈에는 평균 소득세의 절반 수준인 15%만 부과되는 데다 과거 수익률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는 은퇴 후 현재 수입의 60~70%를 퇴직연금 계좌에서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커티스씨와 같은 노동자들의 90% 이상이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다. 이들이 퇴직연금에 넣는 돈이 매년 1000억호주달러(103조원)에 육박한다. 누적 적립규모는 지난해 말 1조1950억달러(1200조원)로 한국 퇴직연금의 100배 정도다. 호주의 국내총생산(GDP)규모를 넘는다. 한국의 국민연금(274조원)과 비교해도 5배가 넘는 거액이다. 이 돈이 모두 은퇴자들을 위한 자산이다.
연금 선진국인 호주는 '3층의 연금 구조'를 잘 갖추고 있다. 가장 기본인 1층은 세금으로 지원되는 노령연금이다. 근로자 1인당 통상 임금의 27~42% 수준을 노후에 받는다. 2층은 퇴직연금이다. 임금의 50~70%를 퇴직연금으로 충당한다. 마지막 3층은 개인연금저축이다.
호주는 한국보다 노령화 속도가 느린데도 20년 전인 1992년 퇴직연금을 강제화했다. 처음에는 소득의 3%를 강제로 쌓게 했고 1998년 6%,2001년 9%로 높였다.
호주인들은 의무화된 9%보다 많은 돈을 적립한다. 매년 쌓이는 돈의 42%가 의무 적립분이고 58%가 자율 적립분이다. 중간정산으로 퇴직금이 줄줄 새고 있는 한국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저소득층에겐 매년 1500달러까지 정부가 보조해주고 있다. 60세가 넘어 받는 연금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장기로 운용하다보니 수익률도 안정적이다.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20년간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6%대를 기록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펀드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자산운용 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판도까지 변화시켰다. 존 다우 호주 금융감독청 퇴직연금국장은 "퇴직연금이 퇴직자 개인에게는 소득의 원천이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연금저축액이 투자와 성장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오쉬네시 호주 투자금융협회(IFSA) 부회장은 "시가총액의 30%가량이 퇴직연금 자산"이라며 "해외투자자들이 빠져나갈 때도 퇴직연금 자산이 꾸준히 유입돼 안전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호주의 자산운용 규모는 미국과 영국,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증시는 세계 12위 수준이다.
시드니=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퇴직연금 계좌에 넣는 돈에는 평균 소득세의 절반 수준인 15%만 부과되는 데다 과거 수익률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는 은퇴 후 현재 수입의 60~70%를 퇴직연금 계좌에서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커티스씨와 같은 노동자들의 90% 이상이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다. 이들이 퇴직연금에 넣는 돈이 매년 1000억호주달러(103조원)에 육박한다. 누적 적립규모는 지난해 말 1조1950억달러(1200조원)로 한국 퇴직연금의 100배 정도다. 호주의 국내총생산(GDP)규모를 넘는다. 한국의 국민연금(274조원)과 비교해도 5배가 넘는 거액이다. 이 돈이 모두 은퇴자들을 위한 자산이다.
연금 선진국인 호주는 '3층의 연금 구조'를 잘 갖추고 있다. 가장 기본인 1층은 세금으로 지원되는 노령연금이다. 근로자 1인당 통상 임금의 27~42% 수준을 노후에 받는다. 2층은 퇴직연금이다. 임금의 50~70%를 퇴직연금으로 충당한다. 마지막 3층은 개인연금저축이다.
호주는 한국보다 노령화 속도가 느린데도 20년 전인 1992년 퇴직연금을 강제화했다. 처음에는 소득의 3%를 강제로 쌓게 했고 1998년 6%,2001년 9%로 높였다.
호주인들은 의무화된 9%보다 많은 돈을 적립한다. 매년 쌓이는 돈의 42%가 의무 적립분이고 58%가 자율 적립분이다. 중간정산으로 퇴직금이 줄줄 새고 있는 한국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저소득층에겐 매년 1500달러까지 정부가 보조해주고 있다. 60세가 넘어 받는 연금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장기로 운용하다보니 수익률도 안정적이다.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20년간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6%대를 기록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펀드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자산운용 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판도까지 변화시켰다. 존 다우 호주 금융감독청 퇴직연금국장은 "퇴직연금이 퇴직자 개인에게는 소득의 원천이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연금저축액이 투자와 성장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오쉬네시 호주 투자금융협회(IFSA) 부회장은 "시가총액의 30%가량이 퇴직연금 자산"이라며 "해외투자자들이 빠져나갈 때도 퇴직연금 자산이 꾸준히 유입돼 안전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호주의 자산운용 규모는 미국과 영국,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증시는 세계 12위 수준이다.
시드니=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