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사이버 테러 위협에 떨고 있다. 구글이 최근 중국에서 심각한 해킹 공격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전 세계 기업들에 해킹 경계령이 떨어졌다. 구글이 해킹당한 G메일(구글의 이메일)은 철통 보안을 자랑해온 터라 파장이 더 컸다. 구글 선언 이후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어도비,네트워크 장비업체 주피터네트워크,방위산업체 노스롭그루먼,화학업체 다우케미컬,컴퓨터 보안업체인 시만텍 등 30여개 기업도 중국발 해킹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씨티은행 등도 러시아 해커 등에 의해 해킹당해 기업 비밀이 유출되는 등 수천만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다가오는 중국 전쟁(The Coming China Wars)'의 저자 피터 나바로는 "구글 사태는 한 개 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며 "미국의 기업과 미국 경제를 공격하는 산업스파이에 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국경을 뛰어넘는 해킹이 중국이 공격하고 미국이 방어하는 식의 양상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중국 기업 역시 해킹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는 최근 이란 해커로 추정되는 집단의 공격으로 3시간 넘게 접속이 끊긴 적이 있다. 러시아 최대 컴퓨터 백신업체인 카스퍼스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적으로 이뤄진 7362만건의 해킹 공격 중 절반가량인 52.7%가 중국에서,나머지는 다른 나라들에서 시작됐다. 정보 보안업체인 맥아피는 사이버상에서 첨단 공격 능력을 갖춘 나라로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 러시아 미국 등을 꼽았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맥아피가 14개국에서 에너지 운송 통신 금융 분야 기업과 정부부처 등 600여곳의 정보기술(IT) 보안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기업과 정부가 해커들에 의해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는 해킹의 배후에 범죄 조직이나 다른 나라 정부기관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조사에 응한 호주 컴퓨터 보안전문가 30명 가운데 76%는 5년 내 사이버테러 재앙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CSIS · 맥아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킹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4억달러로 하루 평균 360만달러에 달한다. 그레그 데이 맥아피 보안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핵심적인 인프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고 보안 대책이 취약한 상태"라며 "언제 어디서라도 지금보다 더 정교한 공격들이 심각한 수준으로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발 해킹 리스크 부각으로 중국에 진출하지 않은 외국 기업들까지 지식재산권은 물론 중요한 회사 기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보안 시장은 19%가 넘는 고성장을 보여 시만텍 맥아피 트렌드마이크로 같은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도 미 국방부가 "해커를 찾아내 반격을 가하는 '능동적 방어'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는 등 해킹 대응 전략을 지금까지의 수동적 자세에서 적극적 공세로 바꾸는 양상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