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교사 · 공무원 신분으로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정치자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들이 당내 투표에까지 참여한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다. '정치활동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한 경찰은 수사선상에 오른 조합원들을 다음 주부터 소환조사하는 등 공무원의 정치행위 엄단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8일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민노당 투표사이트를 검증,일부 전교조 · 전공노 조합원이 당원으로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민노당은 해당 사이트에서 투표를 통해 당 대표와 시 · 도당 위원장 등 당직자와 국회의원 · 시 · 구의원 후보 등을 선출해왔다. 이 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를 입력한 뒤 개인 인증을 통해 당원에 한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해당 사이트에 대한 검증을 통해 누가 어떤 투표를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누가 당원으로 가입해 로그인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민노당은 27일 오후부터 이 사이트를 전격 폐쇄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25일 이들 단체의 간부급 조합원 290여명이 민노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매월 일정 금액을 정당 계좌로 낸 혐의를 잡고 이들 중 1차로 69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은 전교조 · 전공노 측과 일정을 조율한 결과 다음 주부터 이들을 소환해 조사키로 했다. 수사 대상자 293명 가운데 전교조 소속 조합원이 3분의 2에 달하고 평조합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전교조 시국선언'과 관련해 국가공무원법을 어긴 전교조 교사 800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던 중 조합원들이 당원에 가입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이번 투표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했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교사는 특정 정당에 후원금을 기부하거나 정당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일부 조합원이 민주노동당 외에 진보신당에도 당비를 납부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