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점수 불이익 받을까"…불안감 확산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SAT 시험지 유출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교육청이 관련 학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 경찰 수사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문제 유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AT 시험 점수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학생 · 학부모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학원가에 단속 칼바람

서울시교육청은 26일 SAT 문제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장모씨(36)가 소속된 서울 강남 R학원에 대해 45일간 휴원 조치(영업정지)를 내렸다.

심은석 시교육청 평생교육국장은 "R학원이 강사의 문제 유출에 얼마나 가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강료를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공고하지 않고 기준 수강료보다 초과징수했으며 강사 해임 사실을 시교육청에 통보하지 않아 45일간 영업을 정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학원 가담 사실이 밝혀질 경우 곧바로 R학원에 대한 등록말소(폐원)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또 작년 태국에서 SAT 시험지를 빼돌려 한국 학생들에게 유포한 혐의로 지난 18일 붙잡힌 김모씨(37)가 근무하는 E학원에 대해서도 조사해 혐의가 드러나면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조치를 할 계획이다. 아울러 강남지역에 있는 SAT 학원 42곳 중 영업 중인 10여곳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문제 유출이나 수강료 초과징수 등 비위행위가 적발될 경우 강력한 행정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학생 불이익 받을까 걱정"

시험문제 출제기구인 미국 ETS 측은 "인터넷에 후기 형식으로 문제를 게시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으로 문제를 유출하는 것도 저작권에 위배되고,시험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수사 대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대될지에 학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7~8년 전부터 공공연하게 SAT를 비롯해 GRE와 토플 등의 문제가 실시간으로 '복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요 학원가에서 강의 자료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학원가 인근에서 문제지 형태로 가공돼 1만~3만원가량에 팔리기도 한다.

한편 파문이 확대되면서 그간 SAT를 준비해왔던 학생들은 점수가 취소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ETS는 2007년 1월27일 한국에서 실시한 SAT 문제 가운데 몇 개 문항을 일부 학생이 미리 풀어본 것으로 확인되자 해당 시험에 응시한 학생 900여명의 성적을 모두 취소한 적이 있다. ETS가 이번에도 문제가 된 시험의 성적을 모두 취소할 경우 시험에 응시한 학생 대부분이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된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난 한 어학원 재학생은 "사실 토플부터 SAT나 GRE까지 후기 형태로 문제 유출이 공공연히 일어나서 외국 대학들이 한국 학생들의 점수를 믿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며 "SAT 점수가 취소되는 것도 걱정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 이미지가 나빠지고 한국 학생 쿼터가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했다.

김일규/이상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