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번호 이동제처럼 환매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펀드 판매사를 옮길 수 있는 '펀드 판매사 이동제' 시행 첫날인 25일 창구는 비교적 한산했다. 간간이 이동제 혜택에 대한 문의가 있었지만 시행 초기이다보니 바로 판매사를 옮기기보다는 '우선 지켜보자'는 관망 분위기가 강한 모습이었다. 일선 창구 영업직원들이 업무에 익숙하지 못해 시간이 지체됐고,이전할 판매사에서는 신규 투자에 준하는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다보니 펀드 계좌를 옮기는데 2시간 넘게 시간이 걸렸다.

오전 10시.펀드 판매사 이동을 위해 접속한 금융투자협회 펀드공시시스템(dis.kofia.or.kr) 사이트는 잘 정리된 것처럼 보였지만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주는 잘못된 내용들도 눈에 띄었다.

우선 A은행에서 가입한 KTB자산운용의 'KTB스타셀렉션A'를 검색해 이동가능 여부와 판매수수료를 확인했다. 이번 기회에 수수료가 싼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에 판매수수료가 '0%'로 나와 있는 삼성증권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삼성증권 콜센터로 전화를 해 판매수수료 면제 여부를 확인하자 사이트 내용과는 얘기가 달랐다. 이 증권사 직원은 "선취수수료'1%'를 적용하고 있다"며 "공시시스템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동제 시행에 맞춰 펀드수수료 인하를 들고 나온 키움증권을 비롯한 온라인 증권사는 이번 최초 이동제 대상 증권사에서 제외된 데다 판매사들이 대부분 펀드 수수료 차등을 적용하고 있지 않아 판매사 간 수수료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 제도 최초 참여사는 은행 18곳,증권 41곳,보험 10곳 등 모두 72개사다. 한 증권사 펀드리서치팀장은 "대형 인기펀드들은 수수료 차이가 거의 없어 시행 초기 투자자들을 유인할 만한 요인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일단 펀드 판매사를 1~2개로 통합,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받기 위해 '트러스톤칭기스칸A'를 거래가 많은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기기로 하고 원판매사인 B증권을 찾았다. '트러스톤칭기스칸A'는 29개 판매사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판매수수료가 유일하게 낮은 하이투자증권은 거래가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B증권에서 해당 펀드의 이동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계좌정보확인서'를 받급받아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기는데 30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미래에셋증권을 찾아 '계좌정보확인서'를 제출한 후 이관 절차에 들어갔다.

'계좌개설신청서'부터 시작해 '투자자성향 조사' 등 표준투자권유 준칙에 의거해 하나씩 서류를 작성했다. 이미 다른 증권사에서 가입한 펀드였지만 똑같이 신규 펀드개설 절차를 밟으며 투자설명서 내용을 듣느라 한 시간반 가까이 걸렸다. 이 증권사 영업직원은 "기존 대신증권에서 맺었던 펀드 자동매수 신청은 해지하고 새롭게 자동매수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 "26일부터는 펀드 추가 납입이나 환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객장에서 만난 펀드 투자자들은 판매사 간 수수료 차이가 별로 없는 데다 국내 주식형펀드만 적용하고 있는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영업점을 찾은 이모씨(34 · 회사원)는 "과거 거래 중인 증권사에선 안 파는 펀드가 많아 펀드를 더 들고 싶어도 들 수가 없어 불편했다"며 "해외펀드와 온라인펀드 등도 빨리 시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펀드와 해외펀드 장기주식형펀드 등은 전산 서비스 문제로 아직 이동이 불가능하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