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을 둘러싸고 연초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가 '20년 연속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기아자동차의 임금교섭이 타결됐다.

지난해 말 기아자동차 사측은 300%의 성과급 외에 460만원의 일시성과급 지급을 제시했으나 노조측은 같은 계열사인 현대차와의 형평을 이유로 성과급 300%와 일시성과급 500만원,그리고 무상주 40주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라며 파업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합의된 타결내용을 보면 기아차 노사는 윈-윈의 협상 결과를 도출해 낸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무상주 40주의 지급 요구를 제외시킴으로써 작년 무분규로 교섭을 마무리한 현대차와 차별화된 결과를 가져왔고,과거에 관행적으로 존재했던 파업에 따른 조합원의 임금손실 보전을 하지 않음으로써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견지했다. 또 협상 때마다 반복돼 온 노조측의 해고자 복직,고소고발 철회 요청 등을 끝까지 수용하지 않았다.

노조 측도 회사가 당초 제시했던 수준보다 높은 성과급 지급을 약속 받음으로써 지난해의 뛰어난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실적이 전년 대비 170% 넘게 상승한 7327억원을 기록하고 내수 시장점유율이 30%를 웃도는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 조기 극복이란 정부와 국민들의 여망에 따라 노사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최근 울산 시민단체인 '21세기 울산공동체운동'이 현대차 노조가 작년 15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한 것에 감명받아 '21세기 울산공동체운동 대상'을 수여한 것은 지역공동체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국민이 얼마나 상생의 협력적 노사관계 정착을 염원하는가를 잘 나타내고 있다.

기아차 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였으나 과거와는 달리 조속히 합의한 것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노사관계가 대립과 투쟁에서 협력과 화합으로 가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 손실일수가 62만6921일로,전년 대비 23% 줄어들었다. 불합리한 노사관행을 개선한 사례도 1774건이나 돼 당초 노동부의 연간 목표치를 100% 이상 상회했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경제위기 속에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100인 이상 사업장이 2329개로 전년 대비 45% 늘어났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수많은 대졸자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가 사상 최대의 경영성과를 이뤄낸 것은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파격적인 세제지원 덕택이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기아차 노사는 서로 화합하는 모습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 파업기간 동안 따가운 시선을 보냈던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하고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미지를 변신해야 한다. 아울러 기아차 노사는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막중한 위치를 인식하고 이번 노사합의를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경제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외신에 보도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실업자가 4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고용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경기체감지수 역시 냉랭하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위기 속에서 전열을 정비해 온 도요타,GM,포드 등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 지급과 관련해 근로시간 면제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등 노사관계 환경도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

기아차 노사가 반목과 대립의 구태를 청산하고 상생과 화합의 길로 들어서서 세계 초일류 자동차기업으로 변신할 것을 기대한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