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Life] 토지 팔아 현금화…'노후 눈높이' 맞추려면 교육비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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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 대기업 임원, 교육비·노후자금 마련
Q 40대 후반의 대기업 임원이다. 현재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세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출이 많아 노후 준비가 어렵다. 자녀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부부의 노후 생활을 위한 자금도 마련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A 재무설계 상담을 요청한 조인제씨(49·가명)는 월 평균 소득이 1150만원이다. 5억원과 3억원짜리 아파트 두 채와 시가 2억원의 토지를 비롯해 총 11억여원의 순자산을 갖고 있다. 재산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 부동산이어서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나타났다. 소득도 많지만 반 이상을 세 자녀의 교육비로 지출하느라 노후 생활에 필요한 금융자산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중 일부를 매각해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고 자녀 교육비를 일부 줄여서라도 노후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자녀교육과 노후대비 균형 필요
재무 상담을 받는 고객들에게 노후 준비를 못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자녀 교육비 부담을 꼽는다. 생활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소득의 상당 부분을 교육비,특히 사교육비로 지출하다 보니 10~20년 후를 대비한 저축이나 투자는 생각도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자녀가 보다 많은 교육을 받아서 좋은 직업을 갖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모가 은퇴 후 생활을 준비하기 힘들 정도로 교육비 지출이 크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부모가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자녀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면 자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씨는 세 자녀 중 고등학교 3학년인 첫째 아이가 미국에 유학을 가 있어 교육비 지출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달 첫째에게 400만원을 보내는 것을 비롯해 교육비로만 600만원을 쓰고 있다.
교육비를 제외한 조씨 가정의 한 달 소비성 지출이 35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조씨는 퇴직 후에도 현재가치로 월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는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조씨는 앞으로 10년간 직장생활을 더 한다고 해도 한 달에 750만원씩 투자해 연 8%의 수익을 올려야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다. 교육비를 줄이지 않고는 이 정도의 투자가 불가능하다.
◆자산구조 바꿔 현금흐름 개선
첫째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은 학교 등록금과 현지 생활비 등이 대부분이어서 금액 자체를 줄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첫째에게 매달 보내주는 금액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금 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경우 보유 중인 자산의 일부를 처분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조씨는 채권형 자산 2억원을 갖고 있는데 이 중 1억원을 현금화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유동성 있는 상품에 예치하고 교육비와 비상 예비자금 용도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와 함께 시가 2억원의 토지를 매각해 이를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토지 가격 상승 등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전체 11억500만원의 순자산 중 아파트와 토지 등 부동산이 9억원이나 돼 편중된 자산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조씨는 또 둘째와 셋째 아이의 한 달 사교육비로 200만원을 쓰고 있다. 이 중에서 아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150만원까지 지출을 줄일 것을 권한다. 개인 교습을 그룹 과외로 바꾸거나 인터넷 강의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보장성 보험 중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하면 추가로 월 30만원을 저축이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350만원 안팎인 생활비 등 소비성 지출도 중장기적으로는 300만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노후 대비에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자산 구조와 현금 흐름을 개선하면 조씨가 한 달에 저축이나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은 종전 12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어난다. 연 8% 이상의 비교적 높은 수익을 얻고 싶다면 적금이나 채권형 펀드보다는 주식형 펀드 등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다만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높이더라도 성격이 다른 펀드에 나눠 투자하고 만기를 분산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노후 생활목표 낮추면 부담 줄어
재무설계의 이론상으로는 자녀 교육비를 줄이고 부모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녀 교육비는 줄일 수 없다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가 노후 생활의 수준을 낮춰야 한다.
조씨를 예로 들면 은퇴 후 한 달 생활비로 300만원을 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10년간 매달 750만원을 연 8%의 수익률로 운용해야 하지만 생활비 목표를 250만원으로 낮추면 한 달에 필요한 투자금액이 628만원으로 줄어든다. 현재 보유 중인 금융자산 2억500만원을 전부 노후 생활을 위한 자산으로 돌려 연 8%의 수익률로 운용한다면 노후 250만원의 한 달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투자금액은 월 330만원으로 훨씬 낮아진다.
중요한 점은 자녀 교육 이상으로 부모 스스로를 위한 노후 대비도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노후 대비가 충분치 못하면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가될 수 있다. 훌륭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자녀에게 부모 부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도움주신 분
표윤봉 한국재무설계 팀장
최문희 에프앤스타즈 본부장
김상수 A+에셋 상무
이광구 포도재무설계 이사
A 재무설계 상담을 요청한 조인제씨(49·가명)는 월 평균 소득이 1150만원이다. 5억원과 3억원짜리 아파트 두 채와 시가 2억원의 토지를 비롯해 총 11억여원의 순자산을 갖고 있다. 재산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 부동산이어서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나타났다. 소득도 많지만 반 이상을 세 자녀의 교육비로 지출하느라 노후 생활에 필요한 금융자산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중 일부를 매각해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고 자녀 교육비를 일부 줄여서라도 노후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자녀교육과 노후대비 균형 필요
재무 상담을 받는 고객들에게 노후 준비를 못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자녀 교육비 부담을 꼽는다. 생활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소득의 상당 부분을 교육비,특히 사교육비로 지출하다 보니 10~20년 후를 대비한 저축이나 투자는 생각도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자녀가 보다 많은 교육을 받아서 좋은 직업을 갖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모가 은퇴 후 생활을 준비하기 힘들 정도로 교육비 지출이 크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부모가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자녀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면 자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씨는 세 자녀 중 고등학교 3학년인 첫째 아이가 미국에 유학을 가 있어 교육비 지출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달 첫째에게 400만원을 보내는 것을 비롯해 교육비로만 600만원을 쓰고 있다.
교육비를 제외한 조씨 가정의 한 달 소비성 지출이 35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조씨는 퇴직 후에도 현재가치로 월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는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조씨는 앞으로 10년간 직장생활을 더 한다고 해도 한 달에 750만원씩 투자해 연 8%의 수익을 올려야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다. 교육비를 줄이지 않고는 이 정도의 투자가 불가능하다.
◆자산구조 바꿔 현금흐름 개선
첫째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은 학교 등록금과 현지 생활비 등이 대부분이어서 금액 자체를 줄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첫째에게 매달 보내주는 금액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금 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경우 보유 중인 자산의 일부를 처분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조씨는 채권형 자산 2억원을 갖고 있는데 이 중 1억원을 현금화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유동성 있는 상품에 예치하고 교육비와 비상 예비자금 용도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와 함께 시가 2억원의 토지를 매각해 이를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토지 가격 상승 등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전체 11억500만원의 순자산 중 아파트와 토지 등 부동산이 9억원이나 돼 편중된 자산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조씨는 또 둘째와 셋째 아이의 한 달 사교육비로 200만원을 쓰고 있다. 이 중에서 아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150만원까지 지출을 줄일 것을 권한다. 개인 교습을 그룹 과외로 바꾸거나 인터넷 강의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보장성 보험 중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하면 추가로 월 30만원을 저축이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350만원 안팎인 생활비 등 소비성 지출도 중장기적으로는 300만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노후 대비에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자산 구조와 현금 흐름을 개선하면 조씨가 한 달에 저축이나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은 종전 12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어난다. 연 8% 이상의 비교적 높은 수익을 얻고 싶다면 적금이나 채권형 펀드보다는 주식형 펀드 등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다만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높이더라도 성격이 다른 펀드에 나눠 투자하고 만기를 분산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노후 생활목표 낮추면 부담 줄어
재무설계의 이론상으로는 자녀 교육비를 줄이고 부모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녀 교육비는 줄일 수 없다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가 노후 생활의 수준을 낮춰야 한다.
조씨를 예로 들면 은퇴 후 한 달 생활비로 300만원을 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10년간 매달 750만원을 연 8%의 수익률로 운용해야 하지만 생활비 목표를 250만원으로 낮추면 한 달에 필요한 투자금액이 628만원으로 줄어든다. 현재 보유 중인 금융자산 2억500만원을 전부 노후 생활을 위한 자산으로 돌려 연 8%의 수익률로 운용한다면 노후 250만원의 한 달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투자금액은 월 330만원으로 훨씬 낮아진다.
중요한 점은 자녀 교육 이상으로 부모 스스로를 위한 노후 대비도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노후 대비가 충분치 못하면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가될 수 있다. 훌륭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자녀에게 부모 부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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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윤봉 한국재무설계 팀장
최문희 에프앤스타즈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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