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5시30분 과천 지식경제부 청사.1층의 한 국장실에 있는 수은주는 1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반면 같은 시간 같은 건물 5층의 한 과(課) 사무실은 21.5도였다. 기획재정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등 다른 과천 청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건물인데도 실내온도가 10도 넘게 차이나는 이유는 뭘까. 지경부 관계자는 "과천 청사가 중앙난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실내온도 기준은 '18도 이하'다. 하지만 지은 지 오래된 과천 청사는 층별 또는 사무실별 난방이 안된다. 때문에 청사 단위로 실내온도를 맞추다보니 같은 건물 내에서도 '누군가는 떨고 누군가는 따뜻하게'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

7~8층 건물이 많은 과천 청사 가운데 보통 중간인 4~5층이 가장 따뜻하고,1층과 맨 꼭대기층이 가장 춥다. 또 사무실 방향이 '남향이냐 북향이냐'와 사무실 인원의 '많고 적음'도 실내온도에 영향을 준다. 햇빛이 잘 드는 남향 사무실,근무 인원이 많은 사무실이 더 따뜻하다. 여럿이 함께 일하는 과장급 이하 직원들보다 개인 집무실에서 일하는 장 · 차관,실 · 국장급 고위간부들이 더 추위를 타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행정안전부 차관에게 "정부 청사가 너무 춥다. 좀 봐달라"고 말할 정도지만 청사 관리 직원들은 냉정하다. 아침마다 사무실을 돌며 개인용 전열기 사용을 금지하고 수시로 실내온도를 측정한다. 과천의 한 공무원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하는 것은 맞지만 사무실 온도를 18도까지는 맞춰줘야하는 것 아니냐"며 "난방 방식을 바꾸거나 청사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