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앵무새와 사람의 주식투자 대결에서 앵무새가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마도 상당수 사람들은 '어쩌다 그랬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과연 그럴까. 인간과 동물 간 투자 대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동물과 사람 간 투자 대결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동물들은 보통 사람의 평균 투자수익률을 앞서는 결과를 보여줬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동물들은 아주 단순한 투자규칙이나 무작위적인 종목 선정 등의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 반면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에 흔들리고 소문에 혹하고 정보를 좇아다니다 보면 잦은 매매로 인해 손실만 누적되기 일쑤다. 여기에 탐욕과 공포까지 겹쳐 꼭지에서 사고 바닥에서 팔기를 밥먹 듯하다보면 투자결과는 뻔하다.

동물들의 '단순 무식한' 투자는 그래서 최고의 투자는 못 되더라도 보통의 개미들이 종종 저지르는 최악의 투자보다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49.7%나 올랐지만 개인들은 주식에서 평균 4.7%, 펀드에서 2.7%의 투자손실을 입었다는 것만 봐도 왜 앵무새가 대부분 사람보다 훌륭한 투자자인가 잘 드러난다.

그럼 앵무새를 이길 방법은 뭘까. 가급적 단순하게 투자하는 것이 그나마 대안일 수 있다. 수많은 업종과 종목,그리고 정보와 소문에 매몰돼 우왕좌왕해서는 결코 어렵다는 얘기다. 대신 주가가 오를 것으로 생각하면 주가지수를 사고, 그 반대면 주가지수를 파는 식의 거래가 장기적으로 좀 더 나은 수익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코스피지수 등락률과 정확히 같이 움직이는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사고 팔거나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 등이 그런 방법이다. 이런 식의 투자는 단기간 큰 수익을 주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심리적 안정을 주기 때문에 장기 보유할 경우 큰 수익이 날 수도 있다. 지난해 초 코스피200 추종 ETF를 매수해 연말에 팔았으면 50% 가까운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으니 결코 적은 수익이 아니다.

연초다 보니 주가의 향방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혀 단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개별 기업의 주가가 결국 그 기업의 실적을 반영하듯이 한 나라의 대표 주가지수는 그 나라의 경제상태를 반영하게 마련이다. 최근 20년간 경상수지와 코스피지수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커지면 주가도 크게 상승했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경상수지 적자 전환으로 2008년 40%나 빠졌던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50% 가까이 급등한 데는 400억달러가 넘는 경상흑자의 힘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올해 경상수지는 150억~19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비록 지난해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최근 10년간 경상흑자 규모가 150억달러를 넘었던 해에는 예외없이 주가가 올랐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위안거리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대박 종목 찾아 귀동냥 다니기보다는 주가지수를 한번 사보면 어떨까. 적어도 주가지수는 급등하는데 내 주식만 빠져서 배아플 일은 없지 않을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