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복이 거의 없는 학생이었다. 어렸을 때 집중력 장애를 겪은 탓에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제대로 정리한 노트 한권이 없을 정도로 학교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학창시절을 통틀어 내가 받은 상이라고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준 노력상이 전부다. 어머니가 시계 보는 법을 가르쳐주신 덕분에 선생님이 시간을 물어볼 때마다 꼬박꼬박 대답을 잘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흐뭇한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며 내게 노력상을 주셨다. 어린 나는 구름 위에 앉은 기분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 어머니에게 있는 대로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 한번의 칭찬으로 선생님은 나의 영웅이 되셨다. 나중에 그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던 기억,먼지 폴폴 날리는 신작로 길을 있는 힘껏 달려 막 버스를 타시려는 선생님을 붙들고 가지 말라고 떼를 쓰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잘했다'는 그 한마디가 5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 생각나는 걸 보면 우리 뇌가 칭찬을 좋아하긴 좋아하는 모양이다. 칭찬을 들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다. 하긴 고래도 칭찬을 들으면 춤을 춘다고 하니 말이다. 기분 좋은 경험은 계속 반복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생리다. 뇌 과학자들에 따르면 칭찬을 받을 때는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의욕과 활력이 생기고 면역계도 강화된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현상이 칭찬을 할 때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칭찬을 하거나 받는 순간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이 감소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요즘 세상은 칭찬에 그다지 후하지 않으니 누가 나를 칭찬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를 칭찬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칭찬하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칭찬보다는 책망을 하기 쉽다.

자기 자신에 대한 칭찬의 가장 밑바닥에는 '자기 존중감'이 있다. 인생의 고비에서 우리는 때로 실패하고 절망하고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나 자기 존중감이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며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다. 자기 존중감은 우리에게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다시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자기 존중감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데서 생긴다. 나의 가치는 세상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당당함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존중의 마음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 총장 ilchi@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