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한전기술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기록하는 등 원자력 발전 관련주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IT(정보기술)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들의 숨고르기 국면에서 순환매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전 관련주가 올해 장기 유망 테마주로 자리잡는 양상이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자력 발전 설계업체인 한전기술은 11일 10.40% 급등한 7만4300원으로 마감,지난달 14일 상장 이후 최고가로 올라섰다. 이 회사는 증시 입성 이후 다섯 번의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전기술의 공모가는 2만1600원으로 공모주 투자자들이 이날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한 달 남짓한 기간에 투자수익률이 무려 244%에 달한다. 발전 설비업체인 한전KPS도 장중 12% 이상 강세를 보이다 3.06% 오른 5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막판 상승폭이 줄긴 했으나 한전KPS 주가가 5만원을 넘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주가 강세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2조3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나며 금호산업이 빠질 전망인 코스피200지수 종목에 포함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거래소는 매년 5월 기준으로 업종별 시가총액 등을 고려해 6월 코스피200지수 종목을 정기적으로 변경하고 있다.

원전 대장주인 한국전력 역시 3.25% 오른 3만4900원으로 장을 끝냈다. 이 회사는 원전 추가 수주와 지난해 9월 공시한 자산 재평가 결과 차익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 상승률이 장중 5% 넘게 오르기도 했다. 한 펀드 매니저는 "한전이 작년 9월 공시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 결과 20조원 이상의 차익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돌면서 펀드 매니저마다 이 주식을 잡으려고 나서 상승폭이 커졌다"고 전했다.

한전 주가가 급등하자 외국인들은 정규장에서 620여만주나 정리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외국계 증권사의 관계자는 "한전은 물량이 워낙 커 주가가 무겁기 때문에 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통상 주가가 크게 오르면 보유 비중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은 UAE(아랍에미리트)에서 40조원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수주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5% 이상 오른 지난달 28일에도 한전 주식을 780여만주 처분했었다. 그렇지만 시장의 수익률을 좇는 펀드매니저들이 한전 매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주가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 전동 액추에이터를 생산하는 모건코리아와 전력자재 및 송배전 설비 등을 만드는 보성파워텍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원전 관련 중 · 소형주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원자력 관련주는 LED,2차전지 등과 함께 2010년을 주도할 강력한 5대 테마 중 하나"라며 "2030년까지 추가로 500여기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글로벌 원전 수주가 본격화돼 관련 업체들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강조했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2030년까지 매년 60억달러 규모의 원전을 수출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0%로 높아지게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헌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UAE 원전 수주 이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환율 하락 추세도 이익 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수급 상황도 좋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김재후/문혜정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