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상을 통해 떠오르는 은유들은 그러나 결코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들을 조심스레 포개놓고 보면 막막한 삶의 가장자리에서 떨고 있는 존재들의 고독감과 무력감이 공통 속성으로 드러난다. …모든 형체는 은유의 조명을 받아 의미를 갖게 되며,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모르는 숲 속에서 저 혼자 쓰러지는 나무와 같을 것이다. -이성복 사진 에세이 《타오르는 물》(현대문학 펴냄) 중에서


감성지능(EQ)으로 유명한 대니얼 골먼이 《에코지능(Ecological Intelligence)》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생태 ·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에코지능'으로 무장한 소비자가 세상과 기업 환경을 바꿔갈 것이라고 말한다.

에코지능이란 생태 · 환경문제에 관한 예민성과 지혜,행동능력을 뜻한다. 골먼은 책의 첫머리에서 티베트 고원지대의 한 작은 마을 공동체인 셰르(Sher)를 통해 에코지능을 설명한다. 그 마을 주민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지속가능한 삶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나무 한 그루를 잘라내면 반드시 나무 한 그루를 더 심어 놓아야 한다는 원칙이 그들 공동체 속에 하나의 관습으로 뿌리 박혀 있다.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생태적(ecological)이며,그들은 생태적 삶을 지속시키는 삶의 지혜(intelligence)를 집단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들의 지혜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 일례로 유럽의 어느 도시에 가도 여러 나라의 장미를 한 꽃가게 안에서 고를 수 있다. 케냐산(産)도 있고,네덜란드산도 있다. 그동안 현명한 소비자는 값싸고 싱싱한 것을 골랐다. 그러나 에코지능이 지배할 시대에는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얼마나 친환경적인지,어떤 과정에서 생산되었는지가 새로운 선택 기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케냐산은 무공해 자연에서 기른 것이고,네덜란드산은 화학 과정을 거쳐 발아를 촉진시키고 온실 속 난방 과정을 거쳤다. 또 지정된 날짜에 꽃이 피고 싱싱함을 유지하도록 약품 처리한 경우가 많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는 케냐산 장미를 구입하게 될 것이다. 에코지능은 바로 이런 정보를 인식해 구매행동을 유도하고 촉진한다. 이러한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는 아직 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미 그런 구매행동의 변화는 시작됐고,많은 기업이 변화에 동참하고 있음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 예컨대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회사가 취급하는 모든 상품에 환경영향평가(LCA)를 요구하고,그 평가 결과를 소비자에게 '간단명료하게' 알려준다. 이러한 환경 정보 공유를 통해 월마트는 진화하는 '에코기업'임을 선언했다. 제품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완전한 투명성을 이룩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일찍이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심각하게 경고한 소비자와 생산자,유통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앞서가는 기업들은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굿가이드(Good Guide,Inc)라는 유통 소프트웨어가 각광받고 있다.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상품의 생산과 유통 절차를 '족보'처럼 기록하고,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바코드를 이용해 그 내용을 간단하게 확인해볼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먼저 녹색경제와 환경에 관심을 갖는 모든 전문가가 읽어야 한다. 더 중요한 독자는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결국 소비자의 구매행동 패턴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예측한 일종의 '예언서'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부가 녹색 성장을 부르짖고 대다수 글로벌 기업이 친환경 경영을 말하고 있지만,그보다 중요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녹색 두뇌'가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코지능'이라는 칩을 두뇌에 장착한 '에코맘'과 '트위터족'은 단순히 값싸고 질 좋은 물건만을 고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소비자의 구매행동 변화에 강력한 통찰과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제 누구든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사람이라면 한 개인의 내부에 있는 에코지능과 그것들이 모여 이루는 한 사회나 국가의 집단에코지능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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