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금호산업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동의해주는 전제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나서 금호 구조조정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의 최대 채권자로 우리은행이 동의하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가 불가능하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5일 "워크아웃 신청 직전에 금호산업의 알짜 자산인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금호석유화학에 넘긴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금호 스스로가 되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채권단 내에서 심각하게 논의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신청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달 22일 아시아나항공 지분 12.7%(2226만9600주)를 952억원을 받고 금호석유화학에 넘긴 것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당시 지분 매각이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

당시 지분 매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1대 주주는 금호산업에서 석유화학으로 변경됐으며,아시아나가 최대주주(지분율 23.95%)인 대한통운의 지배권까지 넘어갔다.

우리은행 측은 금호산업 경영 정상화에 긴요하게 쓰일 수 있는 핵심자산이 워크아웃 적용을 받지 않는 금호석유화학에 넘어가면서 금호산업의 기업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금호산업 경영진이 지분 매각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계산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고,우리은행 역시 이를 되돌려놓지 못할 경우 주주로부터 배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이 같은 요구를 담은 내용증명을 금호산업에 보냈으며,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국내에 2개밖에 없는 항공산업 라이선스 사업자의 경영권을 프리미엄 한 푼 받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원상회복보다는 우리은행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다른 기술적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매각은 금호산업의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지난 6월 체결한 재무구조개선 약정내용에 포함돼 있던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이 금호 구조조정의 '판'을 깨는 중대 변수가 되지 않도록 우리은행의 문제 제기를 수용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일단 6일 열리는 금호 채권단 전체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키로 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산은의 지분매각 협상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대우건설 지분 38.6%를 보유한 FI들은 옵션 행사 가격인 주당 3만1500원보다 훨씬 낮은 주당 1만8000원에 주식을 넘기라는 산은의 요구에 "기대수익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산은은 그러나 1만3300원 수준인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시가보다 5000원가량 비싼 가격에 매입해주는 것이라며 워크아웃에 반대할 경우 매입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겠다며 FI를 압박하고 있다. FI들로서는 금호산업의 목숨을 담보로 3년간 연 복리 9%의 수익률에 베팅을 했다가 원금도 못 건질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무담보 채권자에 불과한 FI가 적정 범위의 손실조차 보지 않겠다는 것은 다른 채권단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인수가격의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인식/김현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