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겨울방학에 들어갔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지난해 처리하지 못해 올해로 넘어온 경제법안들이 수북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한 상임위 관계자는 5일 "여야가 일년 내내 싸우다보니 상임위가 정상적인 심의를 이어갈 수 없었다"며 "법이 언제 통과되는지 매일같이 묻던 기업 관계자들도 이제는 진이 빠졌는지 전화가 뜸하다"고 했다.

기업들은 각종 금융 관련 법안의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내용 등을 담고있다. 지주회사 전환 시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높지만 여전히 소위에 계류돼 있다. 정무위의 한 전문위원은 "지주회사 부채 비율 한도(200%)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중"이라며 "금융계열사 육성을 신년 목표로 삼았던 일부 그룹들이 공정거래법 처리 지연으로 난처하다며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의 겸영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은행법,보험사의 상품개발 자율성을 높인 보험업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모두 발의된 지 1년이 지난 지난해 11월에야 소위에 상정됐다. 은행법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업무범위 등을 놓고 이견이 많아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 주요 금융법안 중 지난 연말국회를 통과한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정도다.

환경노동위에서는 수도사업자에 병입 수돗물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수도법 개정안이 2년째 계류 중이다. 지난 연말에야 법안심사 소위가 구성된 데다 야당의 강력한 반대로 진전이 어려운 상태다. 환노위 관계자는 "노동관계법과 비정규직법 등 첨예한 사안이 많아 다른 법안 심사가 많이 밀렸다"며 "수도법의 경우 시민단체들이 수돗물 민영화와 이용료 상승 등을 우려하고 있어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도 미처리 법안이 쌓여 있다. 지난해 1월 발의된 전파법은 이동통신사업자가 보유한 일부 주파수 대역을 다른 사업자에 재할당하는 '주파수 경매제'도입이 골자다. 하지만 미디어법 논란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본격적인 심의는 지난달에야 시작됐다.

2008년 8월 발의된 의료채권 발행법은 지난해 4월 보건복지위 소위에 회부된 후 감감무소식이다. 정부 여당의 중점 법안이지만 '영리 법인 허용'논란으로 아직 손을 대지 못했다. 지식경제위에 계류된 도시가스사업법 역시 '가스산업 민영화'라는 야당의 반대로 진전을 못 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국회의 법안 처리 여부에 따라 새해 업무 계획을 짜야 하는 상황"이라며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이견이 크더라도 적극적으로 절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