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분이 해외출장 가셨죠"… 신종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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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입국·휴대폰 정보 활용 여부 수사 착수
#사례1.지난해 말 국내 한 금융회사에 친구들과 필리핀으로 휴가를 떠난 직원 최모씨(30)가 납치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씨의 누나는 회사로 전화를 걸어 "방금 집전화로 수천만원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동생 전화가 불통이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가족과 회사에서 동행한 친구들에게 연락해 보니 최씨는 아무 일 없이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사례2.정보기술(IT) 업체 엔지니어인 이모씨(29)는 지난달 초 대만에 출장을 갔다. 이튿날 그의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대만 타이베이인데 머리에 피를 흘리는 이모씨가 길거리에서 울며 엄마를 찾는다.
병원에 가려면 돈이 필요한데 1000만원 정도 부쳐 달라"는 내용이었다. 발음도 정확했고 이씨 연령대 남성이 우는 소리도 들려줬다. 대화가 길어지는 것을 의심한 이씨 어머니는 송금하지 않았다. 이씨는 예정대로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최근 개인의 출 · 입국 정보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활용되는 사례가 빈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독자 제보와 경찰 등에 따르면 두 사례와 유사한 해외 출장 · 여행객을 노리는 신종 수법이 전국에서 7~8건 신고됐다.
이는 과거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돈을 요구하거나,이름 · 전화번호 등 기초적인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사례보다 고도화한 수법이다.
이씨와 최씨는 각각 본인의 이름 · 휴대폰 번호 · 집 전화번호 · 목적지 · 출국시점을 노출당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의 로밍 여부나 신용카드사의 해외카드 사용 여부,혹은 항공사나 여행사 등에서 출 · 입국 정보가 새고 있을 가능성 등을 조사 중이다.
이씨의 경우 출장 예약부터 경비 처리까지 회사 총무부와 담당 여행사가 처리했고,이 과정에서 집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았는데도 집으로 연락이 왔다. 이씨의 형은 "기존에 노출된 개인 정보와 출 · 입국 정보가 결합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와 이씨의 휴대폰은 가족들이 전화를 걸 당시 모두 불통 상태였다. 쉼 없이 전화를 해 통화 중 상태를 만들거나 전원을 끄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대상자와 연락이 당장 되지 않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기다렸다가 다시 시도해 보라"고 조언했다. 실제 최씨의 전화는 2시간가량 뒤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간의 보이스피싱은 대부분 똑같은 전화를 여러 사람에게 무작위로 돌려 그중 상황이 들어맞는 한두 사람을 '낚는' 경우였다"며 "유학생이 아니라 단기 해외 출입국자의 정보를 활용해 보이스피싱을 하는 수법은 최근 새롭게 등장한 것이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최씨의 누나는 회사로 전화를 걸어 "방금 집전화로 수천만원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동생 전화가 불통이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가족과 회사에서 동행한 친구들에게 연락해 보니 최씨는 아무 일 없이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사례2.정보기술(IT) 업체 엔지니어인 이모씨(29)는 지난달 초 대만에 출장을 갔다. 이튿날 그의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대만 타이베이인데 머리에 피를 흘리는 이모씨가 길거리에서 울며 엄마를 찾는다.
병원에 가려면 돈이 필요한데 1000만원 정도 부쳐 달라"는 내용이었다. 발음도 정확했고 이씨 연령대 남성이 우는 소리도 들려줬다. 대화가 길어지는 것을 의심한 이씨 어머니는 송금하지 않았다. 이씨는 예정대로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최근 개인의 출 · 입국 정보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활용되는 사례가 빈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독자 제보와 경찰 등에 따르면 두 사례와 유사한 해외 출장 · 여행객을 노리는 신종 수법이 전국에서 7~8건 신고됐다.
이는 과거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돈을 요구하거나,이름 · 전화번호 등 기초적인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사례보다 고도화한 수법이다.
이씨와 최씨는 각각 본인의 이름 · 휴대폰 번호 · 집 전화번호 · 목적지 · 출국시점을 노출당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의 로밍 여부나 신용카드사의 해외카드 사용 여부,혹은 항공사나 여행사 등에서 출 · 입국 정보가 새고 있을 가능성 등을 조사 중이다.
이씨의 경우 출장 예약부터 경비 처리까지 회사 총무부와 담당 여행사가 처리했고,이 과정에서 집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았는데도 집으로 연락이 왔다. 이씨의 형은 "기존에 노출된 개인 정보와 출 · 입국 정보가 결합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와 이씨의 휴대폰은 가족들이 전화를 걸 당시 모두 불통 상태였다. 쉼 없이 전화를 해 통화 중 상태를 만들거나 전원을 끄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대상자와 연락이 당장 되지 않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기다렸다가 다시 시도해 보라"고 조언했다. 실제 최씨의 전화는 2시간가량 뒤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간의 보이스피싱은 대부분 똑같은 전화를 여러 사람에게 무작위로 돌려 그중 상황이 들어맞는 한두 사람을 '낚는' 경우였다"며 "유학생이 아니라 단기 해외 출입국자의 정보를 활용해 보이스피싱을 하는 수법은 최근 새롭게 등장한 것이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