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금융계에서 거물 수장(CEO)들의 임기가 상당수 만료돼 연임 여부와 후임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리는 한국은행 총재.이성태 총재의 임기가 오는 3월 말로 끝난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연 2.0%로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로 위기 극복에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이 된 한국이 11월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껏 한은 총재의 연임 사례가 드물었다는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새 총재를 임명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 안팎에선 금융위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와 상대적으로 매끄럽게 교감할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 총장을 지낸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제에 대해 조예가 깊은 데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경험도 있으며 2006년 총재 선임 때도 이름이 올랐었다. 새 정부 조각 때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직전 빠졌던 게 변수라면 변수다.

이외 학계에선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의 이름이 나오고 있으며,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낸 김중수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거론되고 있다.

심훈 위원과 박봉흠 위원 등 2명의 금통위원 임기도 이 총재와 비슷한 시기에 끝난다. 심 위원(은행연합회 추천)이 4월7일,박 위원(대한상공회의소 추천)이 4월24일이다. 정부가 전반적으로 경제 회생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저금리 유지를 주장하는 인물들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다.

은행권에서는 KB금융지주 회장에 누가 선임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회장 내정자를 사퇴한 만큼 다시 회장을 선임해야 할 형편이다. 강 행장과 경합했던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 등과 함께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장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된다. 라 회장은 2001년 이후 8년째 신한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조흥은행과 LG카드 합병 등 굵직한 인수 ·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다 대주주격인 재일동포 측 신임이 두터워 신한금융그룹 내부에선 연임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CEO의 장기 집권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 데서 비롯된 KB 사태의 파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변수다.

2004년 한국씨티은행 출범 이후부터 은행장을 맡고 있는 하영구 행장은 3월께 지주회사 출범에 맞춰 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엔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 임기가 7월,윤용로 기업은행장 임기가 12월 만료된다.

보험업계에선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의 5연임 성공 여부가 이목을 끌고 있다. 박 사장은 그간 탁월한 실적을 올린 데다 대주주의 신임이 두터워 7월에 또다시 연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방영민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6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연임에 성공할지,후임자가 선정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장형덕 여신협회장의 임기는 3월까지인데 그간 여신협회장은 카드사와 캐피털사에서 번갈아 맡아 왔다는 측면에서 이번엔 캐피털사 쪽에서 맡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준동/김현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