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는 변동성이 크지 않고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600선 밑으로 떨어진다면 매수 기회로 여겨지고 특히 수출주와 신성장동력 관련주가 많이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의 올해 증시 전망을 간추리면 이렇게 요약된다. 그닥 특별할 것 없는 전망처럼 들리는데도 곰곰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그가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이 이끄는 한국투신운용은 미래에셋 삼성투신 등 쟁쟁한 '펀드 명가'들을 모두 제치고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 규모 1조원 이상의 중대형사 중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을 냈다.

운용 중인 70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1%로 코스피지수 상승률(49%)을 크게 앞질렀다. 증시를 호령하던 예전 '3투신'시절 만큼은 아니지만 '한국투신'이라는 이름이 증시에서 갖는 무게감은 지난 1년 새 한층 무거워졌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작년 삼성그룹주들의 주가가 크게 오른 덕에 삼성그룹주펀드가 선전한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하지만 김 본부장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삼성그룹주펀드의 작년 수익률이 64% 정도인 반면 대표 펀드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는 70%,주력 펀드인 한국투자한국의힘펀드는 78%의 수익을 내 삼성그룹주펀드의 기여도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 증시를 '상고하저(上高下低)'와 '상저하고(上低下高)' 등으로 나눠 보고 있는 시각이 많은데 한국운용은 이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은 채 서서히 오르는 장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각종 경기지표가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악재가 될 만한 요인은 모두 노출돼 있고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릴 준비를 이미 해 놓았으며,기업들도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하는 등 경제주체들이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따라서 악재가 나온다 해도 증시에는 단기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이 예상하는 올해 증시 악재로는 중동과 그리스 등 동유럽 지역의 경기 불확실성과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그리고 달러 약세 등이다.

이에 따라 올해 코스피지수는 1500선 아래로 떨어질 일은 없겠지만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이 고점으로 제시한 2000선 위로 가기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1500은 올해 추정 기업이익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 9배 이하라는 의미를 가진 지수"이며 "따라서 증시가 단기 충격으로 1500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면 저가 매수 기회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서서히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보면 기업의 몫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고용이나 임금 수준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중국 등 신흥국가의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의 이익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수출 비중이 높은 '블루칩'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의 수출 대기업과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롯데쇼핑 등의 주가가 많이 오를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 본부장은 "증권사들이 내놓은 기업 평가에 몰입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큰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장기 투자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작년 초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통주에 대해 모두 부정적으로 진단했을 때도 우리는 환율이 오르면 해외 여행을 못 나가면서 국내 소비가 늘 것이라는 분석 아래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유통주들을 싼 가격에 담았고 이는 높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또 올해 증시는 단기적인 테마가 형성돼 빠르게 순환매할 가능성이 높아 단기 투자자들은 이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본부장은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계기로 매수세가 몰리는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2차전지주와 LED주 등 녹색성장 관련주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LG화학이나 삼성SDI 등에도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재후/사진=허문찬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