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통과된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여야가 뒤바뀐 진풍경이 벌어졌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힘을 합쳐 민주당을 압박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해 끝장토론을 제안한 추 위원장은 김재윤 간사,김상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의 회의 진행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뚝심'을 발휘했다. 추 위원장은 저녁 기자간담회를 열고 "십자가를 진 사람처럼 아직도 무겁고 괴로운 마음"이라며 "오늘 이 상황이 당에 부담된 것에 대해 충분히 양해 말씀 드리고 싶고 저도 괴롭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앞서 추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 환노위 소속이 아닌 의원과 보좌진이 마이크 앞을 가로막자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했다. 추 위원장은 "어제 끝장토론하는 자세로 준비를 해오라고 부탁한 만큼 오늘 결론을 내야 한다"며 법안 처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위원장 대안을 한나라당 의원 8명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후 곧바로 위원장실을 빠져나갔다. 차명진,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들은 앞문으로 나오면서 취재진의 시선을 따돌리는 등 추 위원장이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공조체제를 발휘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론을 무시하고 당을 깔아뭉갠 채 한나라당과 손잡고 법을 통과시킨 것을 당으로서 묵인할 수 없다"며 "추 위원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추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부부싸움을 하다 보면 너 죽고 나 죽자는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말을 아꼈다.

김형호/민지혜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