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의 강경진압에 맞서 국가행사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지난 6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강경진압한 이란 정부가 이후 모든 집회를 금지하면서 개혁파는 국가의 공식 정치·종교 행사 그리고 추모식 등을 이용해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이런 행사는 주로 현 정부를 지지하는 모임으로 계획되었으나 개혁파는 인파가 많이 몰리는 이날을 이용해 더욱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만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개혁파는 7월30일 여대생 네다 아그하-솔탄의 추모식,9월18일 이스라엘 규탄일,11월4일 미 대사관 점거 30주년 기념일 등 각종 기념일에 반정부 시위를 이어왔다.이런 상황에서 개혁파의 정신적 지주인 아야톨라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의 타계는 반정부 시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이란 당국은 시위확산을 우려해 그의 장례식을 대다수 지역에서 허용치 않았고 이는 몬타제리를 존경했던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다.결국 지난 27일 시아파 성일인 ‘아슈라’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터져나왔다.이 다음 대규모 시위는 내년 2월11일 이슬람혁명 31주년 기념일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7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강경 진압한 이란 당국은 대내외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대변인인 아야톨라 압바스 바에즈 타바시는 29일 “현재 폭동을 주도하는 야당 지도자들은 모하레브(신에 도전한 자)”라며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란의 율법에 따르면 ‘모하레브’는 사형에 처해지는 것으로 시위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번 시위가 “시오니스트(이스라엘)와 미국이 조종하는 역겨운 연극”이라며 서구 국가들을 비난하고 나섰다.그는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영국 정부가 유혈 진압 중단을 촉구한 데 대해 “그들은 전임자들보다 더 굴욕감을 느낄 것”이라고 경고했다.이란 당국이 27일 시위를 강경 진압하며 최소 8명이 사망했고 이과정에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측근들을 포함한 최소 20명의 야권 인사들이 체포됐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