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박회사 직원이 한국 선박의 설계도면을 대거 빼돌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해당 도면들이 중국 조선업체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30일 중국 선박회사 직원 김모씨(30)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 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5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경남에 있는 A조선소에서 선박설계사로 일하며 5만t급 선박 50여척의 설계도면을 몰래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회사 공용 전산망에 접속해 암호를 해제한 뒤 선박전장설계도면,선박설계프로그램 등 회사 영업비밀 파일을 개인 외장하드디스크로 내려받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척당 25억원의 설계비가 든다고 가정할 때 총 1200억원 정도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도면들로,외국 경쟁 조선업체에 유출됐다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난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도면을 유출당한 회사는 선박 설계 분야에서 세계 10위 정도의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김씨가 이직해 높은 연봉을 받고 직급을 높이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피해 회사는 김씨가 필요 이상으로 영업기밀을 자주 열어본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도 정확한 유출경위 등을 조사하지 않고 '기술이 유출되면 모두 책임질 것'이라는 내용의 각서를 받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소에서 연봉 3000만원 안팎인 주임으로 일하던 김씨는 최근 중국 조선업체로 이직하면서 연봉 6000만원의 대리 직급을 받았다. 해경은 김씨가 유출한 선박도면을 현재 일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체에 넘겼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 중이다. 또 김씨와의 공모세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