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애니메이션과 프랑스업체가 합작한 애니메이션 '몽크'가 이달 초 프랑스 케이블채널 '카날플러스'를 통해 첫 방송됐다. '몽크'는 대사 없이 악동 강아지의 코믹한 모험담을 3분짜리 52부작으로 그린 작품.지난 3월 프랑스 티문애니메이션 측으로부터 총 제작비 25억원 중 70%를 투자받아 양사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내년 하반기에 방송할 예정이며 앞으로 전 세계 인터넷과 모바일로도 내보낼 예정이다.

'세계 문화 수도'를 자임하는 유럽시장에 한국 콘텐츠 수출이 활발하다. 한국 콘텐츠 수출액은 지난해 말 1억8341만달러로 2007년 1억2162달러에 비해 약 50% 증가했다. 올해도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부문에서 수출과 합작이 크게 늘어 지난해 대비 50% 정도 성장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는 내년을 유럽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캐릭터플랜은 올 들어 유럽 16개국에 합작 애니메이션 '빠삐의 친구들'을 수출했다. 프랑스 문스코프사로부터 제작비 52억원 중 절반을 투자받아 공동 제작한 게 주효했다. 유럽인의 취향을 잘 아는 문스코프가 스토리 구성단계에서부터 참여했고 배급에 적극 뛰어들었다.

아이코닉스는 올 들어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터키와 폴란드에 수출했고,애니메이션 '치로'는 스페인 덴마크 포르투갈 등에 수출했다. 또 '뽀로로'는 스웨덴 스페인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에서 지상파TV로 방송됐고 '치로'는 지난 9월부터 덴마크에서 방송 중이다.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는 "유럽시장은 그동안 문화와 정서가 달라 뚫기 어려웠다"며 "유럽에 우리 콘텐츠가 수출되는 것은 아시아에 머물던 한국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세계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캐릭터 뿌까는 국내 캐릭터 중 유럽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해 성공한 사례다. 2003년부터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에 수출돼 지난해 유럽에서만 98억원의 로열티를 받았고 올해는 1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인의 의류,액세서리,신발,가방 등에 부착돼 패션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뿌까' 제작사 부즈의 신종훈 전무는 "할리우드의 워너브라더스사와 뿌까에 대해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며 "앞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콘텐츠분야에서도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이 역대 다큐멘터리로는 최고가인 10만달러에 유럽에 수출돼 청신호가 켜졌다.

유럽 콘텐츠 시장은 미국과 비슷한 5000억달러 규모.전 세계 시장 1조4000억달러의 35%를 차지하며 콘텐츠 마켓 행사의 70%를 장악한 거대 시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콘텐츠의 대 유럽 수출은 전체 수출액 18억달러의 10%에 불과했다. 다양한 국가로 구성된 복합시장으로 심층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한 마디로 언어와 문화적 장벽이 높다는 얘기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의 투자를 받아 공동 제작하는 게 수출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또 합작 투자를 늘리려면 정부 차원에서 유럽 각국과 공동 제작에 관한 협약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합작시 자국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받으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얘기다.

윤상철 삼지애니메이션 부사장은 "유럽과 합작함으로써 안정된 시장을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 콘텐츠 개발에 대한 노하우도 얻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합작투자 확대를 위해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상의)와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최근 맺었다. 양 지역의 문화 콘텐츠 관광 등의 교류와 업무협력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