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도심은 전날 내린 불과 2.6㎝의 눈 때문에 극심한 교통대란을 겪었다. 평소보다 출근길 차량 수는 크게 줄었지만 도로가 얼어붙어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한 탓에 지각한 직장인들이 속출했다. 강변북로는 동부간선도로 입구~반포대교 북단 4.5㎞ 구간과 상수동사무소~한강시민공원 5.3㎞ 구간 등에서 차량들이 시속 10~15㎞로 거북이 운행을 했다.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서는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잇따랐다.

그러나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 왕복 8차로는 상황이 사뭇 달랐다. 어느 곳에서도 눈이나 빙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출근길 차량들은 혹시 빙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시속 80~100㎞로 속도를 줄이기는 했지만 도로는 평소와 거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운전자 김모씨(50)는 "서울에서 일산을 거쳐 의정부로 출근할 때 주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도로에 눈이 하나도 없어 깜짝 놀랐다"며 "고속도로에선 불편없이 제 속도를 낼 수 있었으나 서울 도심은 빙판길이어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운영하는 민간 기업인 ㈜서울고속도로 측은 27일 오후 1시께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자 즉시 제설 대책반을 가동해 직원 40명과 장비 12대를 도로에 투입했다. 일산IC,퇴계원IC,양주요금소 등에서 양방향으로 출발한 제설차량은 50m 간격으로 모든 차로에 염화칼슘과 소금물을 뿌려 눈이 도로에 쌓여 얼어붙는 것을 막았다. 눈이 도로에 쌓인 뒤 염화칼슘을 뿌려 녹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 차량 통행이 뜸한 28일 0시부터 오전 5시에 염화칼슘을 집중적으로 살포했다.

반면 서울시는 27일 저녁부터 28일 새벽까지 1만1000명과 제설차량 1200대를 투입하고도 시점을 놓쳐 '교통대란'을 자초했다.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도 대비를 못한 채 적설량이 1㎝를 넘어서면서부터 뒤늦게 본격적인 제설작업에 돌입했다. 서울시가 28일 새벽까지 사용한 제설제(25㎏ 기준)는 염화칼슘 22만6629포대,소금 5만4434포대,모래 등 기타 제설제 687포대 등 무려 28만1750포대에 달한다. 약 7000t으로 15t 덤프트럭 470대 규모다. 한 해 겨울 동안 살포되는 제설제 평균 사용량 약 60만포대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그러고도 속수무책으로 시민들의 빙판길 출근을 지켜봐야 했다.

서울고속도로 관계자는 "눈이 얼기 전에 제설제를 뿌려야 효과적인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도심이 빙판길로 변했다"고 서울시의 늑장 대응을 지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