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사전 검사가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진행됐다. 다음 달 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회장으로 추천키로 한 KB금융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내년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앞두고 있는 하나 신한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금감원의 칼 끝이 어디를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 1월 실시하는 KB금융지주 ·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 검사를 앞두고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사전 검사를 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전 검사에서 다른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 검사 때보다 3배 이상 많은 인원을 투입했다.

사전 검사는 금감원에서 해당 금융회사를 관할하는 3~4명이 맡는 게 일반적이지만 KB금융의 경우 금감원 은행총괄서비스국 내 국민은행 담당 팀장은 물론 신한 하나은행을 담당하는 팀장들도 모두 동원했고 조사인원도 13~14명에 달했다. 통상 3일 정도 진행됐던 사전 검사 기간이 일주일로 늘어난 것도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사전 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주요 부서장의 컴퓨터(PC)를 10대 이상 가져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종합 검사에서도 PC를 들고 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대개 사전 검사에서는 필요한 자료를 요구해 제출받던 것과 비교하면 사상 초유의 고강도 사전 검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KB금융에 대한 사전 검사에서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제도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BBC(센터크레디트뱅크)투자 △커버드본드(covered bond · 유동화증권)발행 △전산시스템 등 4가지 부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사외이사 제도와 관련해 사외이사의 전횡과 인사 개입,개개인의 비리에 대한 증거 포착을 위해 집중 검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강 행장에 대한 표적 검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펄쩍 뛰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KB에 대한 검사를 너무 세게 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앞서 이뤄졌던 신한 우리은행 감사도 강도 높게 실시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의 강도가 세지는 것은 트렌드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전 검사가 강 행장이 KB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는 과정에서 금감당국과 마찰을 빚은 이후 이뤄지는 첫 검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전 검사를 토대로 다음 달 14일부터 4주 동안 KB금융에 대한 종합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종합 검사를 받을 예정인 하나금융 신한금융은 사전 검사가 유례없는 고강도로 진행됨에 따라 향후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두 금융그룹에 대해서도 전문 경영인이 오랫동안 재임하면서 이로 인한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균/김현석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