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해치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은혜를 알고 갚을 줄 아는 영물(靈物).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애증의 대상이었다. 십이지신(十二支神)의 민속 문화를 공유하는 3국 중 일본에는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았지만 동아시아 호랑이 문화를 공유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한 · 중 · 일 3국의 호랑이에 대한 인식과 생태,어원,민담과 설화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십이지신 호랑이》를 엮어냈다. 필자는 김강산 태백향토사연구소장과 류쿠이리(流魁立) 아시아 민간서사문학학회장,야마오리 데쓰오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 등 한 · 중 · 일 학자들.

한국의 민담과 전설에 나오는 호랑이는 산신(山神)으로 신성화해 인간을 탓하고 가르치는 존재로 그려졌다. 사람들은 이웃이나 가족이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면 호랑이를 탓하는 게 아니라 인간에게 호랑이를 유인하는 창귀가 있다고 보고,창귀를 막으려 호식총(塚)까지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호랑이가 아무리 사나워도 결국 깊은 불심(佛心)이나 뛰어난 지혜를 가진 인간들에게 지고 마는 모습으로도 등장한다.

중국도 비슷해 신석기 시대 도상에 등장할 만큼 숭배의 대상이었다. 일본에서는 인간이 싸움에서 호랑이를 물리치는 내용의 '퇴치담'이 많다. 이는 일본에 호랑이가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전해진 호랑이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19세기 회화나 문학,20세기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등에서 호랑이는 두려움과 진실함의 상징으로 떠올라 서구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적 국제화'가 이뤄졌음을 엿볼 수 있다.

윤열수 한국민화학회장은 호랑이를 그린 민화를 바탕으로 한 · 중 · 일 호랑이 문화를 풀이하면서 "삼국 호랑이 문화가 독자적으로 성립해 개별적으로 전개된 게 아니라 교류하고 융합되면서 발전했다"고 말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