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2일 새해 예산안의 연내 처리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 중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4대강 예산 문제를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이 참석하는 4자 회담을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새해 예산안 연내 처리시한을 불과 9일 앞둔 상황에서 초유의 '준예산' 편성 우려가 커감에 따라 여론 역풍의 부담을 느낀 여야는 일단 예산안 처리를 위한 물밑접촉에 들어간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3조2000억원 규모의 4대강 예산에 대한 이자비용 800억원을 전액 삭감할 경우 국토해양부 예산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내년도 4대강 사업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공 예산이 대부분 수중보 설치 및 준설에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이자비용 지원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수정안 제시에 한나라당은 수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정부 측 입장을 들어보는 한편 자체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김정훈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당초 '3대 조건'에서 좀더 진전된 수정안을 제시했다"며 "강행처리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절충점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가 끝내 중재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를 막기 위해 한나라당은 당이 준비한 자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난 19일부터 정부가 제출한 291조8000억원 규모의 예산안 감액 부분을 자체 심사한 데 이어 23일부터 증액 부분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고,민주당도 전날부터 자체 예산안 심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까지 중재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르면 28일 예결위에서 예산안 강행 처리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에서는 예산안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민주당이 지금처럼 예결위에 들어오지 않고 폭력적인 상황이 지속되면 연말 마지막에 예산안을 독자 처리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각 상임위는 예산부수법안을 24일까지 처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달라"며 새해 예산안 통과를 위한 여야의 결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