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한국에서 저보다 특허소송을 많이 다뤄본 변호사는 없을 겁니다. 특허라는 것이 변호사업계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시절 변리사들의 특허 업무를 배우기 위해 일반직원처럼 기본적인 업무부터 배웠습니다. "

법무법인 광장의 권영모 변호사(56 · 사진)는 21일 서울 남대문로2가 한진빌딩에 있는 광장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권 변호사는 최근 삼성중공업과 미국계 석유시추회사인 트랜스오션 간의 심해원유시추선(드릴십) 관련 특허분쟁에서 삼성중공업을 대리해 승소를 이끌어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 트랜스오션으로부터 "드릴십 특허를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배상과 선박 설계 변경,로열티 지급 등으로 최대 수조원의 손실이 우려됐다.

그러나 권 변호사가 이끄는 광장팀은 트랜스오션의 특허가 무효임을 끈질기게 입증해 지난 18일 서울고법에서 승소를 확정받았다.

권 변호사는 "트랜스오션의 특허는 명세서가 잘못 작성돼 발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돼 있었다"며 "예컨대 명세서에 전진용 수단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이 전혀 없는 식"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한국석유공사에 근무하는 시추 분야 전문가를 법정에 불러 '명세서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증언을 받아내고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재판에 앞서 기술설명회를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국내 재판에서 처음으로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한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권 변호사는 "1998년 LG생명과학을 대리해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몬산토와의 소 성장호르몬제 관련 특허소송을 진행하면서 컴퓨터를 법원에 들고 가 파워포인트로 기술설명회를 열었다"며 "당시 함께 소송을 맡았던 최종영 전 대법원장이 이를 보고 나중에 대법원장이 되면서 법원에 컴퓨터 프레젠테이션 장비를 마련토록 했다"고 털어놨다.

권 변호사는 1976년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에 진학했으며 1984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987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후 22년 동안 줄곧 특허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초임 변호사 시절 소송에 앞서 명세서 작성부터 출원까지 특허와 관련한 기초적인 업무부터 배웠다"며 "법학과 공학을 모두 전공해서 특허에 대한 이해가 빨랐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권 변호사는 "광장의 특허팀을 국내 최고의 팀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