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증시의 '승자'는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부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세인 미국 달러화 가치와는 반대로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에는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주역이 정부에서 기업들로 바뀔 것으로 예상돼 한국 칠레 스웨덴 등 주요 기업의 이익 성장세가 돋보이는 실적호전국들이 글로벌 증시의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증권이 18일 세계증시의 벤치마킹지수인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지수에 편입된 국가 가운데 65개국의 올해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121.0%로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는 작년에 주가가 72.4%나 떨어져 65개국 중 62위로 거의 바닥권이었으나 올해는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대표적 자원부국인 브라질도 올해 주가가 84.6% 급등해 6위에 올랐고,인도네시아는 84.1%로 7위에 랭크됐다. 이들 세 나라는 모두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해 시가총액 상위 기업 상당수가 자원개발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 전망과 달러 약세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자 이들 자원부국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올해 48.1% 상승해 지난해에 이어 21위를 차지했고 중국은 9위,미국은 44위에 각각 올랐다.

지난달 말 국영 건설사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켰던 두바이는 12.6% 올라 56위에 그쳤다. 슬로바키아(-20.2%) 바레인(-19.8%) 에콰도르(-16.8%) 등은 주가가 하락해 최하위권에 포함됐다.

한편 신흥시장은 평균 상승률이 56.4%로 선진시장(20.9%)의 2배를 훨씬 넘었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시장의 경기회복세가 선진시장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 것을 반영한 결과란 분석이다. 선진시장에서는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그리스,엔화 강세로 부진을 거듭한 일본과 핀란드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이 하위 5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 글로벌 증시는 올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황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경제성장에서 정부의 재정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주요 기업들이 인수 · 합병(M&A)과 설비투자 등을 통해 경기회복을 이끌어가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국가들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표적인 국가로 선진국 중에서는 스웨덴 네덜란드 싱가포르를,신흥국 중에서는 한국 대만 칠레 등을 꼽았다. 이들은 기업들의 내년 이익 전망치가 최근 3개월간 크게 상향된 국가들이다.

한국의 경우 내년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최근 3개월간 13.0% 올라 신흥시장국 평균치(11.3%)를 상회한다. 대만(26.6%)과 칠레(14.9%)도 마찬가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