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젊은 두 시인의 시집이 나란히 나왔다. 제2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시차의 눈을 달랜다》(민음사)를 낸 김경주씨(33)와 두 번째 시집 《그녀가 처음,느끼기 시작했다》(문학과지성사)를 낸 김민정씨(33)는 '미래파'로 호명되는 시단의 새로운 흐름을 대표하는 시인들이다.

《시차의 눈을 달랜다》는 여행의 산물이다. 적지않은 시간을 해외여행으로 보내는 시인은 여행자들이 겪는 시차(時差)에 주목한다. '유리창에 입김으로 그려 놓은 건축들이 흘러내린다/ 그건 시차의 눈을 달래는 머릿속의 가장 아름다운 물방울들// …(중략) 시는 그곳을 오고 가는 내 다양한 인종(人種)이다. 꽃의 이름보다 꽃 냄새를 기억하려는 사람의 눈을 믿어 본다. '(<시차의 건축 2> 중) <연혁>에서 '비가 내리는/ 고립된 언어를/ 이 '사이'에 둔다/ 그 동안(童顔)을 바라보는 일이 서러울 때/ 물에 천천히 흘러가는 이(齒)들의 문장을 듣는다'라고 표현했듯,이번 시집에는 시차와 같은 '사이'에 주목한 작품이 여럿 실렸다.

《그녀가 처음,느끼기 시작했다》는 거북할 만큼 솔직하고 생생한 시인의 음성이 쩡쩡 울려퍼지는 듯한 시들이 실려있다. 시인은 학창시절 교사의 슬리퍼로 체벌당했던 경험을 '좀 빨기라도 하시지 얻어맞아 부어오른 볼때기에 발냄새가 밸까 때타월로 문지르니 그게 볼터치라 했고,내 화장의 역사는 그로부터 비롯하게 된 거랍니다'(<김정미도 아닌데 '시방' 이건 너무 하잖아요> 중)라고 능청스럽게 말한다. 성(性)을 다루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서울역 계단에서 다다다다 굴렀던 날 일으켜준다더니 그 손으로 자빠뜨리는 오빠를 만났다'로 시작되는 <오빠라는 이름의 오바>에서는 "이 오빠만 믿어"를 연발하며 엉큼한 속셈을 드러내는 '오빠'에게 한 마디 쏘아붙인다. '에그 철딱서니야 믿긴 뭘 자꾸 믿으라는 거야.' 문학평론가 김인환씨는 "내용의 특이한 대담성과 차분하고 정돈된 어법이 부딪치며 빚어내는 블랙 유머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면서 "김민정의 시에는 질서가 없는 대신에 깊이가 있다"고 평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