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투자청(ADIA) 등 국부펀드들이 미국 금융사에 대한 투자 계약 취소를 요구하거나 주식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DIA는 2007년 11월 씨티그룹과 맺은 지분매입 계약을 취소해달라고 뉴욕 법원에 중재 신청을 냈다. 중재 신청에서 ADIA는 계약 당시 씨티가 정확한 재무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탓에 속아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DIA는 계약 비밀 조항을 이유로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잘못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계약에 따르면 ADIA는 75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씨티가 AIDA에 연 11%의 배당을 지급하고 ADIA는 2010년 3월~2011년 9월 중 주당 31.83~37.24달러에 투자자금을 보통주로 전환한다. 이날 현재 3.45달러인 씨티그룹 주가를 감안하면 ADIA는 총 4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게 된다.

ADIA의 이번 조치는 씨티가 구제금융 상환을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선 데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다. 대규모 투자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씨티가 증자를 실시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 손실이 불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씨티는 2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상환을 위해 170억달러를 증자하고 35억달러는 증권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씨티 주가는 신주 발행에 대한 부담으로 10%가량 급락했다.

한편 금융위기 당시 백기사(우호세력)를 자청하며 글로벌 은행 투자에 나섰던 국부펀드들이 최근 잇따라 지분을 정리하며 흑기사(비우호세력)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9월 싱가포르 투자청이 장내 매각을 통해 씨티그룹 지분을 5% 미만으로 낮췄다. 카타르 국부펀드 역시 보유 중이던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 지분 가운데 3.7%를 23억달러에 팔았다.

이달 들어선 지난 6일 쿠웨이트 투자청(KIA)이 보유 중이던 씨티그룹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 뒤 팔아 11억달러의 차익을 남겼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