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소위 속기록 엿보니…"간사 부탁이니 10억 늘려달라"…"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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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갔냐…멍청한" 정부측에 막말
#.지난 3일 한 상임위 예결소위 회의장.예산 심사 중이던 7명의 의원 가운데 한 의원이 손을 들었다.
"○○시 자전거도로 구축비 1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간사님의 아주 간곡한 부탁이 있었습니다. "
한마디로 여당 간사의 지역구 예산을 증액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의원들은 머리를 긁적였다. 지난 소위에서 이미 증액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데다 구체적인 내역도 부족했기 때문.하지만 한 여당 의원이 "간사님이니까 잘 판단하고,연구 많이 해서 올리신 거 아니겠어요?"라고 거들었고 다른 의원도 "자전거 타기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은 필요해요"라고 가세했다. 야당 의원들도 침묵을 지키면서 10억원의 증액안이 금방 통과됐다. 짧게 탄식하던 한 초선 의원만이 "속기록에 '아이고'라고 좀 남겨주세요"라고 했다.
국회 예결소위 속기록에 드러난 한 장면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상임위 예산을 조정하는 예결소위는 의원 몇 명끼리 비공개로 진행된다"며 "염치없이 선심성 증액을 해도 동료로서 막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구체적인 산정 근거 없이 '느낌으로' 증 · 감액하거나 정부 관계자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최근 운영위 예결소위에서는 청와대 소식지 예산이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가 8억9000만원을 요청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비효율성을 문제 삼아 '5억원'으로 낮췄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발행횟수를 몇 % 줄여달라면 모르겠지만 어림짐작해서 몇억원씩 깎으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난감해하자 한 야당 의원이 "다 가져가려면 안 된다. 제일 좋은 승리는 6할의 승리다"라고 고집했다. 또 다른 의원이 "그러면 조금 웃기긴 한데 한 7억원 선에서 그냥 하고 넘어가지요"라고 '절충안'을 내놨고 그렇게 통과됐다.
'기분파 증액'도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 소망을 이야기해보라'는 의원의 질문에 경호처 관계자가 '활동비 등 한 5억원 정도 더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위원장이 흔쾌히 "오케이.해드리겠다"고 하자 다른 의원들도 '위원장님이 워낙 인심이 푸근하다''역사적인 겹경사'라고 한마디씩 보탰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 5분도 안 돼 몇억원이 증액됐다.
정부 관계자에게 모욕적인 말을 퍼붓는 '막말 심사'도 적지 않았다. 한 상임위 의원들은 관계자가 답변을 회피한다는 이유로 "정신나간 이야기하고 있네"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다" "애들도 알아들을 소리를 가지고 그렇게 엉뚱한 소리를 하냐"며 반말을 토해냈다.
한 상임위 관계자는 "올해 예산심의가 늦어지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대충주의가 더 만연한 것 같다"며 "나랏돈을 내 호주머니 돈처럼 생각하는 의원들의 의식구조 자체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시 자전거도로 구축비 1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간사님의 아주 간곡한 부탁이 있었습니다. "
한마디로 여당 간사의 지역구 예산을 증액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의원들은 머리를 긁적였다. 지난 소위에서 이미 증액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데다 구체적인 내역도 부족했기 때문.하지만 한 여당 의원이 "간사님이니까 잘 판단하고,연구 많이 해서 올리신 거 아니겠어요?"라고 거들었고 다른 의원도 "자전거 타기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은 필요해요"라고 가세했다. 야당 의원들도 침묵을 지키면서 10억원의 증액안이 금방 통과됐다. 짧게 탄식하던 한 초선 의원만이 "속기록에 '아이고'라고 좀 남겨주세요"라고 했다.
국회 예결소위 속기록에 드러난 한 장면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상임위 예산을 조정하는 예결소위는 의원 몇 명끼리 비공개로 진행된다"며 "염치없이 선심성 증액을 해도 동료로서 막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구체적인 산정 근거 없이 '느낌으로' 증 · 감액하거나 정부 관계자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최근 운영위 예결소위에서는 청와대 소식지 예산이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가 8억9000만원을 요청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비효율성을 문제 삼아 '5억원'으로 낮췄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발행횟수를 몇 % 줄여달라면 모르겠지만 어림짐작해서 몇억원씩 깎으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난감해하자 한 야당 의원이 "다 가져가려면 안 된다. 제일 좋은 승리는 6할의 승리다"라고 고집했다. 또 다른 의원이 "그러면 조금 웃기긴 한데 한 7억원 선에서 그냥 하고 넘어가지요"라고 '절충안'을 내놨고 그렇게 통과됐다.
'기분파 증액'도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 소망을 이야기해보라'는 의원의 질문에 경호처 관계자가 '활동비 등 한 5억원 정도 더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위원장이 흔쾌히 "오케이.해드리겠다"고 하자 다른 의원들도 '위원장님이 워낙 인심이 푸근하다''역사적인 겹경사'라고 한마디씩 보탰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 5분도 안 돼 몇억원이 증액됐다.
정부 관계자에게 모욕적인 말을 퍼붓는 '막말 심사'도 적지 않았다. 한 상임위 의원들은 관계자가 답변을 회피한다는 이유로 "정신나간 이야기하고 있네"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다" "애들도 알아들을 소리를 가지고 그렇게 엉뚱한 소리를 하냐"며 반말을 토해냈다.
한 상임위 관계자는 "올해 예산심의가 늦어지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대충주의가 더 만연한 것 같다"며 "나랏돈을 내 호주머니 돈처럼 생각하는 의원들의 의식구조 자체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