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과 대기업 계열사가 잇따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좋은 회사 주식을 싼 값에 받을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이들 기업은 업황 악화 등의 이유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지만, 길게 보면 주가상승 여력이 커서 투자매력이 있다는 진단이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평산은 오는 28,29일 이틀 동안 기존 주식수(1721만9242주)의 24%에 이르는 420만주의 신주를 일반에 공모할 예정이다.

최종 발행가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준주가 대비 20% 할인된 수준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대략 2만원대 초반으로 점쳐지고 있다. 평산은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전액 금융기관서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데 쓸 예정이다.

평산은 풍력발전 부품이나 플랜트, 발전설비, 선박용 엔진 등에 들어가는 단조품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다. 특히 풍력발전용 기어박스나 베이링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몇 년 새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한때 증시에서 풍력발전 테마주로 가장 각광받는 종목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리먼 사태' 이후 전반적으로 수주가 줄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여기에 통화옵션 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발목이 잡혀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실까지 냈다. 2007년 이후 올해까지 평산이 기록한 키코 손실액만 165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2007년 265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은 2008년 40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영업이익은 2007년 467억원, 2008년 635억원 등 꾸준히 느는 추세다. 장사를 잘 하고 있는데, 키코와 이자비용 등으로 인해 적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증자는 298%까지 상승한 부채비율을 끌어 내려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만들기 위해 결정됐다. 증자에 성공한다면 평산은 재무부담을 덜고, 사업에 보다 전념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수 있다.

조인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기후 문제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풍력발전 산업의 성장은 자명하다"면서 "평산은 현대중공업과 제휴를 통해 풍력발전 부품을 안정적으로 납품하고 있어 늦어도 내년 하반기엔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평산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조만간 대규모 풍력발전 부품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내년 중국의 화넝 그룹에 300기의 풍력 터빈을 수출할 예정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기어박스를 평산이 공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관광개발도 유상증자를 통해 300억원에 가까운 자금 조달을 추진중이다. 유상 신주는 기존 주식수의 10%인 100만주로, 발행가액은 2만9900원이다.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 배정될 예정이고, 실권이 나면 일반에도 기회가 돌아간다.

롯데관광개발은 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에 쓸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1200억원의 BW를 발행했는데, 이때 투자에 참여했던 기관 일부가 일정 가격에 되사줄 것(풋백옵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관광개발측은 이번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사모사채 차환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내년 3월말까지 BW를 모두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백재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진행중인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 가치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롯데관광개발의 투자매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은 현재 용산 개발을 추진중인 시행사(SPC)의 지분 15.1%를 보유중이다.

백 연구원은 "2011년부터 분양이 시작되면 향후 수 조원의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데 비해 회사의 시가총액은 4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이번 신주 발행은 장기투자가들에게 기회"라고 강조했다.

두산엔진의 유상증자도 흔치 않은 기회라는 평가다. 두산엔진은 이날로 신주 208만5900주에 대한 청약을 마감한다. 이 회사는 최근 700만주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실권된 주식을 일반 공모하는 중이다. 발행가액은 4만2500원이다.

두산엔진은 대기업 계열사로는 드물게 '키코'를 통한 환헤지에 나섰다가 지난해 수 천억원대의 파생상품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본 잠식상태에 빠져 있다.

조인갑 연구원은 "2000년대 초반 조선업황이 크게 좋지 않았을 때도 조선주들이 대규모 증자를 했는데, 당시 투자에 참여했던 이들이 이후 큰 수익을 낸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