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색은 진할수록 맛있습니다. 귤도 익으면 고개를 숙이기 때문에 땅으로 향한 것이 좋고 굵은 가지보다는 가는 가지에 달린 감귤이 맛있어요. "

직장인 백경인씨(38)는 지난 주말 부인,아들과 함께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감귤 도사'가 됐다. 현지 감귤농장을 방문해 '감귤 식별법'을 배운 덕이다. 김씨는 "여름 휴가를 제대로 못 챙겨 가족들에게 미안했는데 성수기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점수를 땄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사계절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주도는 봄과 여름이 관광 성수기이고,늦가을부터는 비수기로 접어들지만 최근엔 사철 관광객이 붐비고 있는 것.환율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데다 내국인들도 가족단위로 올레길 걷기,감귤따기 체험 등을 즐기고 있다.

11일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0~11월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총 108만명으로 전년 동기(97만명) 대비 11.3% 늘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13만명으로,지난해 같은 기간의 9만명에 비해 40% 이상 급증했다.

내국인 관광객은 신종플루로 인해 개별 관광이 크게 늘었다. 올해 개별 관광객은 74만명으로 지난해(52만명)보다 42.3%(22만명) 늘었다. 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단체 관광객 감소량을 채우고도 남았다"며 "겨울에도 관광객이 꾸준히 늘면서 지난달부로 제주도의 올해 누적 방문객이 600만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은 11~12월 수확철을 맞은 감귤농장을 방문한 뒤 올레길을 걷는 코스를 선호한다. 서귀포에서 1만5000㎡ 규모의 감귤농장을 운영하는 제주농업생태원에는 이번 수확기에 지금까지 3000여명이 다녀갔다.

도내 특급호텔들은 시설 리뉴얼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열중이다. 롯데호텔제주는 지난 10~11월 중국인 방문객이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객실 점유율이 지난 10월 91%,11월에는 94%로 성수기 수준을 보이고 있는 제주신라호텔은 오는 17일 야외에 '핀란드식 드라이 사우나'와 '가족용 자쿠지' 등으로 구성된 '스파 앤드 자쿠지'를 연다. 김도연 홍보담당은 "겨울에 제주를 찾는 투숙객들을 위해 사계절용 야외 스파시설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