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온게임넷은 지난달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한영의 락유(樂U)'를 방송 중이다. MC 한영이 가수를 초빙해 신변잡기를 나누다가 게임을 하는 식이다. 기존 토크쇼나 음악 프로그램에서 접하기 어려운 게임의 '승패'가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높이는 게 특징.출연자들은 온라인 리듬액션 게임인 '밴드마스터'에 맞춰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컴퓨터 키보드로 정확히 연주해야 한다. 방송가에선 '게임뮤직토크쇼'라는 새 장르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6일 출연한 여고생 가수 아이유는 자신의 히트곡 '있잖아'를 화면을 보면서 컴퓨터 키보드로 오차없이 연주해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라이브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도 컴퓨터 키보드에 익숙하지 않은 가수들은 게임에서 번번이 실패한다. 이 프로그램은 온게임넷의 주 시청자층인 13~29살의 젊은 층들이 익숙한 '멀티 코드'를 총족시킨다. 요즘 10대들은 음악을 틀어놓고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케이블 방송가에 '퓨전 열풍'이 불고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려면 한 가지 컨셉트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음식도 섞어놓으면 그럴듯한 퓨전요리로 재탄생하는 것처럼 다른 컨셉트의 방송 프로그램들도 잘 혼합하면 새로운 양식으로 거듭난다. 퓨전 프로는 장르를 합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라디오와 TV 등 미디어를 넘나들기도 한다.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이 같은 새 형식에 주목한다.


tvN의 'E뉴스'는 지난달부터 매일 밤 9시 연예계 소식과 버라이어티쇼를 혼합한 '연예 버라이어티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일반 연예 정보 프로그램처럼 스타관련 뉴스를 전하는 외에 흥미로운 연예계 소식을 퀴즈로 풀어보는 '퀴즈 연예박사'코너를 새로 넣었다. 퀴즈를 통해 프로그램 참여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김현수 PD는 "사건 사고로 가득한 지상파 뉴스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소식을 흥미롭게 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SBS ETV가 지난달부터 매일 오후 9시 편성한 '컬투쇼'(매일 밤 9시)는 SBS FM 라디오 프로 '2시 탈출 컬투쇼'를 녹화해 TV판으로 재편집해 내보내는 프로그램.라디오 프로가 동영상으로 제작돼 인터넷을 통해 '보이는 라디오'란 포맷으로 방송된 적은 있지만 라디오 프로를 TV 방송용으로 편집 · 재구성해 방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프로그램의 총괄 프로듀서인 허윤무 부장은 "라디오와 TV에서 동일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의 전형"이라며 "TV와 라디오에서 제작과 홍보마케팅을 동시에 펼치기 때문에 예산 절감과 홍보 극대화 등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CJ오쇼핑은 올 들어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40분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혼합한 '쇼퍼테인먼트'를 담은 '스타일온에어'시즌2를 방송하고 있다. 25~35세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패션과 미용에 관한 최신 정보와 트렌드를 제공하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가령 현재 국내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스타일을 소화하는 방법,뉴욕과 파리 등의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는 코너 등이 그것.이 프로는 쇼퍼테인먼트 코너가 없었던 '스타일온에어'시즌1에 비해 시청률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온게임넷은 내년 초 게임과 리얼리티쇼를 합친 '창천동 텐트하우스' 시즌2를 방송할 계획이다. 유명 인사들에게 온라인게임을 익히도록한 뒤 진짜 선수들이 출전하는 게임 정규리그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을 계획이다. 최근 8회짜리 시즌1을 방송한 결과 인기를 얻은 데 힘입었다.

출연자였던 레이싱모델 이수정,MC 차유주 등은 인터넷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8위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 박창현 온게임넷 제작국장은 "온게임넷은 게임 마니아 중심의 시청자 층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중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