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11개월 만에 대우조선해양 재매각에 나섰다. 산은은 국내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IB) 등 총 20개 금융회사에 대우조선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다고 9일 밝혔다. 이달 중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매각 주간사를 선정,산은 M&A(인수 · 합병)실과 함께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상보다 빨라진 재매각

지난해 말 대우조선 매각이 추진됐지만 우선협상 대상자인 한화그룹이 금융위기 여파로 인수를 포기,딜 자체가 무산됐다. 이후 근 1년이 지났지만 국내 M&A시장은 아직 썰렁하다. 최근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무산된 데 이어 대우건설 매각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산은의 이번 재매각 절차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조선 매각가격 역시 1년 전 한화가 제시한 6조원대에 못 미치는 3조~4조원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은은 그러나 경기 침체로 매물 자체의 가격이 하락,인수자 측의 자금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우조선 재매각을 위한 적기일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산업이 건설과 반도체 등과는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인수 주체 역시 기존 후보들과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이달 중 대우조선 매각 주간사를 정하고 내년 1월 이후 잠재적 인수후보를 상대로 투자제안서(IM)를 발송,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매각완료 시점은 8월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대상 지분은 산은 지분(31.26%)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지분(19.11%)을 더한 50.37%(9639만여주)다. 지난해 1차 매각 때와 마찬가지로 해외 업체는 참여할 수 없다.

◆누구 품에 안길까

시장에서 대우조선 인수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는 기업은 포스코,한화그룹,GS그룹,현대중공업 등이다. 대부분 작년 말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연 포스코가 꼽힌다. 약 6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쌓아놓고 있어서다. 대우조선 매각 주체인 산은이 포스코를 대우조선 인수 기업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을 정도다. 포스코가 최근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지적된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에 이어 시차를 두고 대우조선마저 인수하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 및 자금 동원능력 등을 고려하면 동시 인수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09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 인수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작년 말 대우조선 매각 당시 우선협상 대상자에 올랐던 한화 역시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꼽힌다. 산은도 최근 한화 측에 재입찰 자격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은과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앞두고 있어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GS,현대중공업 등 '재수생'들의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그룹도 기존 에너지 및 해운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심기/장창민/박민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