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기술혁명은 IT,BT,NT 등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신기술간 융합이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융합기술은 의료,건강,안전,에너지,환경 문제 등 미래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 기술과 환경 기술이 접목된 바이오 디젤,나노기술과 로봇 공학을 결합한 의료용 초소형 로봇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융합기술은 NT,BT,IT 등의 신기술간 또는 이들과 기존 산업,학문간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미래경제와 사회 문화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이다.

융합이라는 말이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생소하거나 어색하지 않다. 산업기술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융합이라는 단어가 현재 글로벌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술과 인문,사회,경제,예술 등 여러 학문이 융합을 통해 각각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생,협력하면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과 예술을 합친 말인 데카르트 마케팅은 기능성은 물론 소비자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구현한 것이다. 여기에서 디자인 성공의 결정적 요소는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다. 처음에 데카르트 마케팅은 말 그대로 하이테크놀로지를 구현한 전자제품 등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생활 곳곳에 명화 그림이 그려진 제품들이 들어서고 새롭게 디자인된 것들이 우리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분수 제트와 서울의 성산대교 부근에 설치된 한강분수를 볼 때 한강분수는 제트분수보다 높이에서 우위를 자랑하지만 융합 측면에서는 뒤떨어진다. 주변 자연경관과의 미학적 조화를 이룬 제트분수는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한 명소가 돼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하지만 콘크리트 건축물에 그친 한강분수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2000년 개통된 영국 런던 템즈강 밀레니엄교의 설계를 공모했을 때는 전체적인 도시 미관을 생각해 팀에 예술가를 포함시키는 등 교통과 생태,환경,디자인,경제부문의 융합을 강조했다. 단지 튼튼하게 교량을 지을 수 있는 건설전문가만 필요하던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한국 야구가 세계적인 선수 없이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한 원동력은 강하게 뭉친 팀워크,즉 융합의 힘이었다.

기술이 전문화,복잡화,대형화할수록 융합하고 뭉쳐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사실 앞에서 모든 산업기술인들이 융합을 외치지만 융합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자기 전공,실험실,연구실을 먼저 열고 개방해야 하는데 남의 것을 자기 것에 붙이려고만 하는 이기적 융합과 모자이크 융합,짜깁기 융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히딩크가 한국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브라이언 오서가 김연아를 세계정상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 안목의 코치를 영입하고 선수와 하나로 융합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이룰 넓은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에 다른 기술을 더하고,경제,사회,문화,철학,심리,예술을 더해 진정으로 융합과 개방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대안도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9일부터 열고 있는 '2009 테크플러스포럼'에서도 '융합'으로 가는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정보교류가 이뤄져 한국이 기술 지식 선진국으로서 확고한 위상을 구축하는 기회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김용근 < 산업기술진흥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