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감별 지폐계수기를 생산하는 에스비엠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낮아 주목된다. 몇 가지 리스크 요인이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주가가 낮다는 평가다.

◆"3년치 이익으로 회사 통째로 살 수 있어"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스비엠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배에 불과하다.

이는 3년간 거둬들인 이익의 합이 회사 전체의 가치(시가총액)와 같다는 것을 뜻한다.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평균 PER이 10배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70%나 할인되어 있는 셈이다.

에스비엠은 2007년 9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라이브코드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했다. 이후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대부분 정리하고 지금은 위조지폐를 감별하면서 권종별로 지폐의 수를 셀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2억원과 80억원에 달했으나, 우회상장에 따른 부실자산 매각과 영업권 상각 탓에 순이익은 15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 223억원과 영업이익 79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도 79억원에 이르러 작년과 달리 순이익 부문도 호조세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순이익은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시가총액 300억원짜리 회사가 연간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둬들이는 것은 '과분하다'는 평가다. 이익이 앞으로 크게 줄든지, 주가가 크게 오르든지 해야 정상인 것이다.

증권업계에는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에 '베팅' 하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23일 에스비엠을 스몰캡 유망종목에 올리고 적극적인 '매수'를 권고하고 있다.

◆특허소송ㆍBW 물량 부담은 '리스크' 요인

이익 규모에 비해 에스비엠의 주가가 낮게 형성된 것은 몇 가지 리스크 요인 탓이다. 무엇보다 소송 관련 불확실성이 크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말 미국내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다. 커민스사(社)는 에스비엠 제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텍사스주 동부지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 법원은 에스비엠과 미국 내 에스비엠 제품 판매를 맡은 암로사(社)가 연대해 약 152억원을 커민스사에 물어주라고 판시했다. 또 관련 제품을 미국에서 팔 수 없도록 조치했다.

에스비엠은 이에 불복해 항소하는 한편, 집행정지를 신청키로 하고 현재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측은 최종 판결까지 수 년이 걸리는데다 보유현금이 충분해 설사 최종 패소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 9월말 현재 에스비엠은 당장 현금으로 활용 가능한 자산이 106억원에 이른다.

2007년 8월 발행한 65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부담스런 부분이다. 이 사채의 신주인수권(warrant)이 전량 행사되면 기존 주식수의 19%에 달하는 271만여주가 새로 주식으로 발행된다. 오버행(물량부담) 이슈가 있는 것.

회사는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2억원어치의 BW를 인수해 소각했다. 남은 BW도 일정부분 소각해 물량 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점도 다소 불안한 부분이다. 최근 원화가 강세 기조이고, 달러는 세계적으로 약세여서 환차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리스크 요인을 모두 반영해도 지금 주가는 충분히 낮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손세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허침해 관련 소송 우려나 BW 관련 물량부담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 반면, 실적은 매우 좋은 상황이어서 주가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손 연구원은 "한국과 달리 러시아나 미국, 터키 등지에서는 정교한 위조지폐가 광범위하게 발견돼 금융기관들이 위폐감별 지폐계수기를 많이 쓰고 있다"며 "한국도 5만원권 지폐의 출시 이후 은행을 중심으로 수요가 생기고 있어 관련 시장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