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가 올해 플러스 성장을 하고 내년에도 4.5%의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 과제로는 △재정지출 조기 집행 △통화정책 기조의 신중한 전환 검토 △중소기업 지원 단계적인 축소 등을 권고했다.

IMF 실사단은 8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1.0%에서 0.25%로,내년 성장률은 3.6%에서 4.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IMF는 "한국 경제가 매우 인상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며 "정책 당국의 포괄적인 재정 및 통화,금융 정책적 대응이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민간 수요 주도의 경기 회복을 이끌어내는 발판이 되고 있다"며 성장률 전망치 상향 배경을 설명했다.

수비르 랄 IMF 한국담당 과장은 이날 한국 정부와의 연례 협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한국에는 선진국의 경기 부진에 따른 하방 위험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빠른 경기 회복세와 재고투자 회복,소비 증가 등과 같은 긍정 요인들이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은 총수요와 노동시장이 부진해 당분간 인플레이션 압력도 억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그러나 출구전략(위기 이후 유동성 회수전략)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랄 과장은 "경기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거시정책 과제는 예측하지 못한 경기 악화 요인을 막는 것과 동시에 향후 자생적 회복세가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위기 대응 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을 동시에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IMF는 정책 과제에 대해 세 가지를 주문했다. 새로운 경기 후퇴 조짐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조기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필요한 경우 명확한 정책 대상을 먼저 정하고 추가 재정 투입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선 "그동안 경제 회복을 위해 적절하게 수행됐다"며 "향후 몇 달간 민간소비 회복세가 확고하게 정착될 경우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를 신중히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랄 과장은 이와 관련,"현재 시점에서 언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지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 이르다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준비는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율 정책에 대해선 "유연한 환율정책이 경기 회복에 일조했다"며 "앞으로도 정책적 개입은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IMF는 또 금융시스템에 대해 "은행권은 적절한 자본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금융시장 전반의 여건도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민간 부문의 인센티브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선 "현재 실업률이 줄어들고 경기도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는 노동시장도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바이 사태와 같은 글로벌 잠재 위험에 따른 더블딥 논란에 대해선 "내년 하반기에 선진국이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더블딥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정종태/박신영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