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씨가 두 번째 시집 《숨을 멈추고》(SOUL 펴냄)를 출간했다. 올 여름 찾은 바이칼 호수와 내면에서 길어올린 시 126수가 실렸다. 덜어낼 수 있는 것은 모두 덜어낸 듯한 압축미가 돋보이는 짧은 시들이다. 이 시를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씨의 모친인 손호연 시인(1923~2003년)이 떠올랐다. 31자로 구성되는 일본의 전통시 와카(和歌) 시인이었던 그가 남긴 뛰어난 시편은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일본 국왕이 손 시인을 초청했고,일본 아오모리에는 노래비가 세워졌다.

손 시인의 장녀인 이씨는 그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의 예술공간 '더 소호' 한편에 모친의 유품과 신문기사 등을 모아놓은 작은 기념관을 만들고,손호연단가연구소의 대표를 맡을 정도로 모친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다.

그러나 이씨는 "문학적 영향력 등을 엄격하게 따지자면 나는 2세 문학인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했다.

1964년 산문으로 학원문학상을 받는 등 문재를 보였던 그는 번역인,방송인,수필가 등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지만 막상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성지순례를 갔을 때 소감을 즉석에서 짧은 시로 읊고 여행기를 시로 써서 지인들에게 보냈는데,그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았다고 했다. 그는 "짧은 시에 단단하게 응축된 생각과 영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